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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들, 얼려 보기

잠재의식에 각인된 이소룡과 그의 아류들, 홍콩 무술 영화의 전성기를 훑다

by Roman Mar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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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OTT를 뒤지면서 볼만한 작품이 나타나길 고대해 봤다. 그런데 잘 나타나지 않았고, "찔러 보기"를 하면서 보지 않았던 작품을 보려고 시도하는 용감함을 가져보려 애썼던 시기를 보내고, "돌려 보기"로 두루뭉수리 이런저런 작품을 찾아보려 했던 시기를 지나면서 여러 의미에서 힘이 빠진 것인지, 이미 기시감을 갖고 나타난 최근의 작품에 진저리라도 치게 된 건지 작품을 선정하기가 어려웠다.


"미키 17"의 흥행이 투자 대비 잘 안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선, 그렇다면 원래 있었던 "봉준호 감독"의 매력 포인트 중에 뭐가 빠진 것인지 되돌아보고 싶어 "옥자"를 보다가 중반도 가지 않아 집중력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거 뭘까?" 드디어 슬럼프 비슷한 것이 온 것인가 싶었다.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만들어지던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할리우드로 가면서 힘이 빠진 게 아닌가 싶었다.


큰 투자자를 만날수록, 그 투자자의 입김은 더 세지고, 이른바 오리지널리티라는 것이 "창작자"나 "배우"로부터 사라질 수 있다는 내가 예전에 썼던, 또한 수많은 이가 써온, 문장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채로 사라졌기 때문에 오히려 영원히 그것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존재가 있는 작품을 본다면 더 흥미를 갖고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잠재의식에 각인된 존재라면 더더욱.


두 번가량 이미 그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이소룡"이란 배우이자 감독까지 겸했던 무술사와 영화사 양쪽에 큰 족적을 남긴 이의 작품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런데, 동시에 그가 갑자기 1973년에 죽은 뒤에, 남은 빈 공간에 있었을 커다란 에너지와 흥행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을 당시의 영화계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란 궁금함이 영어 원제로 "Enter the clones of Dragon"으로 이끌었다. 틀고 본 순간 일체의 생리적 현상이 사라질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그 당시에 아직 영아에 불과했기 때문에서였겠지만 "이소룡"과 유사한 외모를 지니고 마치 "커버 가수"처럼 그와 비슷한 행세를 하며 나타난 배우가 찍은 작품을 봤던 적은 다행이지만 한 번도 없다.


그러나 보지 않아도 예상이 되었듯이, 그중에 그래도 나름 자체적인 빛을 발광할 수 있었을 이른바 "S"급의 모조 배우인 대만의 "Bruce Li"와 한국의 "거룡", 버마의 중국인 "여소룡", 중국의 "양소룡"을 빼놓고는 존재감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로 그 시기 이후에는 사라져 갔다.


이들이 당시 홍콩 무술 영화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미국"과 "프랑스"의 극장가에서 홍콩인과 중국인, 대만인, 한국인, 일본인의 얼굴조차 구별 못하는 수많은 관객들로부터 흥행을 일으키는 위작이자 모작을 수없이 많이 만들었다.  


정작 그런 배우는 돈을 벌지 못하고 제작사 등이 높은 수익을 거두었고, 법적 분쟁이나 위작을 막기 위해 벌어진 내용도 처음으로 확인하면서 지적 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했던 시대의 커다란 폐해를 잘 봤다.


그중에도 대만 배우인 "Bruce Li"는 외모가 닮지 않았다면 오히려 자신의 색상으로 더 성공할 수 있었던 배우로 나왔기 때문에 아쉬움도 남긴다. 이후 배우자가 죽어서 가정을 돌보기 위해 영화계를 떠났고, 마사지사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나와서 더욱 짠한 마음을 불러일으켰을 정도였다.


홍콩의 "골드하베스트"와 "쇼브라더스"는 위대한 시대를 뒤로하고 사라졌고, 이제 남은 제작자들은 고비용의 홍콩을 떠나 중국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형편없이 적은 수의 쿵후 영화만 만들어진다.


작품을 보고 있다 보니 "홍금보"가 뛰어난 무술 감독이자 포스트 "이소룡"영화지만 다른 각도에서 만들어진 "비룡과강"을 통해서 대중에 어필하며 자신의 고유색을 유지하며 살아남아 있다.


"성룡"도 초기에는 "이소룡"의 후광을 얻기 위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이소룡"과 반대의 전략으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코미디 쿵후 액션 배우"로 우뚝 서 있었다.


과거를 회상하는 동시에 이 시대에 이 작품이 어필하는 것은 결국 예술가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존하며 성공하기 위한 최상의 전략을 잡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는 존재라는 아주 평범하고도 절대적으로 옳은 메시지이다.


하지만 이 수많은 위작과 모작이 또한 당시 홍콩 영화계를 위대한 상업성을 가진 곳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었고, 여기에 열정과 에너지와 젊음을 바쳤던 "이소룡-들"이 그저 돈만을 위해서 일하진 않고 각자의 의미를 추구했다는데 감동이 느껴졌다.


이 작품을 본 감상을 잘 적어서 챗지피티에게 요청해서 그려본 그림을 하나 얼려보니 그 모습은 아래와 같았다. 이전까지는 "이소룡"이란 글자에 "이소룡"만 떠올랐던 나의 잠재의식에 그 "이소룡-들"이 같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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