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집도 없는 시골에서, 서울에서도 귀하다는 붕어빵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못 먹는다 생각하니 겨울이면 붕어빵 생각이 더 간절했다. 유선형의 황금빛 몸매, 바삭한 테두리, 노릇노릇 구운 껍질 안에 숨기고 있는 검붉은 팥앙금. 갓 건네받은 붕어빵, 따끈따끈한 온기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단내가 손발 꽁꽁 어는 계절이 오면 너무 그리웠다. 하지만 우리 동네엔 붕어빵은 없지만 붕어가 있었다. 나는 그 붕어도 반가웠다. 왜냐하면 남편과 나는 낚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붕어빵이 먹고 싶은 날, 낚싯대를 들고 저수지로 갔다. 꽁꽁 언 저수지는 야외에 펼쳐진 거대한 아이스링크 같았다. 앙상하게 가지만 있는 나무가 하얀 빙판에 시린 정취를 더했다. 문 없는 냉동실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낚시를 좋아하기 전엔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게 추운데 집에서 쉬지… 그걸 왜 하나….’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붕어가 거기에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추워도 나온다는 걸.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오르는 것처럼.
겨울 낚시는 시작부터 특별하다. 일단 얼음부터 뚫고 시작한다. 구멍 크기는 발보다 작아야 한다. 낚시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살얼음이 껴서 뚫려 있다는 게 보이지 않는다. 크기가 클 경우 다른 사람이 다니다가 발이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지름은 붕어만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작게 한다. 낚시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서로를 위한 배려다.
얼음낚시에 끌은 필수 장비다. 오르골 태엽을 감듯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끌로 쿵쿵쿵쿵 얼음을 동그랗게 찍는다.
표면이 사각사각 갈렸다. 동그란 경계선의 얼음이 파삭하게 깨졌다. 5분, 10분 시간이 쌓일수록 얼음 조각도 쌓였다. 물이 샘솟는다. 더 힘을 써본다. 쾅쾅쾅쾅! 드디어 뚫렸다! 두께 10cm가 넘는 얼음 구멍이. 발은 시린데 등에선 땀이 흘렀다. 구멍에서 얼음덩어리를 꺼냈다. 끌이 간 자리마다 산맥처럼 자국이 남았다.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였다. 아름다운 파괴다. 드릴에 연결해서 간편하게 뚫을 수 있는 도구도 팔지만, 힘들어도 얼음을 한 땀 한 땀 깎는 이 맛이 좋다. 겨울에만 할 수 있는 거니까.
구멍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땀이 식으면서 냉기가 찰싹 달라붙었다. 갑옷처럼 온몸에 두르고 온 붙이는 핫팩도 추위를 다 막아주진 못했다. 코에서 뜨거운 물이 주르륵 흘렀다. 코피인 줄 알았다. 콧물이었다.
텀블러에 담아온 뜨거운 물로 믹스커피를 탔다. 저수지에 달달한 커피향이 퍼졌다. 따끈한 커피가 들어가니 차가웠던 목이 찌르르 녹는 것 같았다. 평소엔 마시지도 않는 믹스커피인데, 낚시 와서 마시면 혀에 착착 감긴다. 프림의 고소한 맛이 황홀했다.
“컵라면도 먹을까?”
컵라면을 뜯어 물을 부었다. 텀블러에 받아온 물이라 5분을 기다려도 면이 제대로 익지를 않았다. 시뻘건 ‘루돌프 코’를 하고 풀어지지도 않은 면을 호호 불면서 먹었다. 콧물을 훌쩍이며 꽁꽁 언 손으로 컵라면을 받치고 국물을 들이켰다.
그때였다. 찌가 움찔움찔 흔들렸다.
“자기야, 입질 입질!!!”
심장이 쿵쾅댔다. 붕어와의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미끼를 크게 한 입 더 물고 붕어가 움직이면 찌가 쑤욱 올라올 것이다. 그때를 기다렸다가 낚싯대를 채야 한다.
“올라왔다!”
바람보다 빠르게 낚싯대를 잡아챘다. 가느다란 대 끝이 이리저리 춤췄다. 붕어의 힘이 느껴졌다. 혹독한 겨울을 버티고 있는 붕어의 강인함이.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심장 박동이 더 빨라졌다.
구멍 위로 건져올린 녀석은 찬란한 금빛 붕어였다. 비늘 하나하나가 공들여 광낸 것처럼 반짝였다. 실력 없는 낚시꾼에게 낚인 게 분한지 온몸으로 팔딱였다. 모든 게 얼어버린 것 같은 겨울왕국에서 붕어가 펄떡이며 눈부신 생명력을 뽐내고 있었다.
“얼떨결에 끌려오게 해서 미안해~”
붕어 입에서 바늘을 조심스레 빼서 물로 다시 보내주었다. 붕어빵 맛 부럽지 않은 달콤한 손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