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랭보 Oct 17. 2020

어느 운동 마니아의 소고

운동이라고 하기에 거창한 건 아니지만

몸의 형태가 정신을 규정한다. 이건 다시 말해서 자기가 어디까지 아는지 몸으로
겪어본 뒤에야 상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찰 없는 '열심'의 부작용이 없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운동이다. 전문 운동인이나 운동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아니고 물론 일반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숨쉬기도 버거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일에 성찰이 끼어들 틈은 없다. 내 몸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 험악한 진실 앞에서 사람은 겸손해진다. 내 몸뚱이 하나 마음대로 못하는데, 내 정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마음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운동을 한다. 삼시 세끼 밥을 먹고(그 보다 더 많이 먹을 때가 많지만), 하루에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는데 왜 운동은 선택사항인걸가. 사실 모두가 새해가 될 때마다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로 '운동'을 꼽는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싶다.


팔다리를 휘두르고 뛰는 몇 분의 움직임에도 머리가 순식간에 젖고, 온몸에 잔잔하게 열이 돈다. 목표를 잃고 부유하고 있을 때, 방향을 모르고 목적지를 모를 때, 이 인생이 맞는 건가 헷갈릴 때는 성찰이 제대로 이루어 질리 없다. 돌이켜보면 나를 정상궤도로 되돌리는 건 결국 '운동'이었다 해도 지나치치 않다. 지금 운동화 하나 신고 밖으로 나가서 뛸 수 있다는 건 아직 희망이 있다는 얘긴 아닐까. 몸을 움직여서 머리를 비우는 일을 15년이 넘게 하고 있는데 여전히 "그래서 무슨 운동하세요?"라는 말에 거창한 스포츠 종목을 얘기할 순 없다. 그냥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신체 움직임이라면 어떤 운동이든 지금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움직이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 우린 다시 내일을 맞고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