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읽고 2024년 읽다.
나를 소개할 때 활자중독자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뭐라도 읽어야만 하루를 산 것 같았다.
신문의 날씨 예보의 단상도 읽었고 교회서적을 많이 읽었고 무언가 궁금하면 책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심지어 전단지도 꼼꼼히 읽었다.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던 활자중독자였다.
그런데 진짜 활자중독자를 만나버렸다.
평생 책을 손에서 놔본 적이 없는 사람. 김미옥 작가다.
6월에 처음 책을 만나 읽고 북토크를 하기 전에 읽고 8월을 보내며 한번 더 읽었으니 현재 3번의 정독을 했다.
그리고 책에 언급된 풍경이 아름다워서 현충원엘 다녀왔다.
<미오기전> 읽으며 현충원 계절마다 가기, 그래야지.. 하며 남은 커피 마시다가 책에 흘린 자국이 있다.
그래서 9월 5일 오전 일찍 내 인생 최초 현충원을 다녀왔다.
비소식이 있어서 쓸지 안 쓸지 모르는 부러진 우산을 챙겼다.
우산을 챙기며 핸드폰은 얌전히 두고 온 사실을 삼송역 게이트 앞에서 태그 하려다 알았지만,
다른 카드가 있어 핸드폰 없이 떠났다. 이게 여행이지... 그리고 내 가방엔 책 2권이 있다!
걷는데 비가 왔다. 서둘러 김대중대통령 묘지에 갔다.
넋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입구에 시편이 적혀 있었고 베롱꽃이 상주가 되어 나를 반겼다. 보슬비 맞는 잘생긴 소나무들을 보며, 언젠가 보았던 들꽃이 사방에 아름다웠던 어느 능선을 떠올린다. 비 속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평화가 감돌았다. 살아계셨다.
책에 언급된 풍경처럼 나는 벤치에 앉아 책을 좀 읽고 싶었는데 비가 점점 세차 져서 오고 가는 지하철에서만 읽었다. <디아스포라 기행-추방당한 자의 시선>과 <비정성시를 만나는 푸르스름한 저녁> 중
비정성시를 읽으며 갔는데 이 책 둘은 친구다. 마침 지하철 숙대입구가 한 정거장 전 고개를 들어 상념에 잠겼다.
미오기전을 만나기 전 서경식, 프리모 레비 작가의 안 읽은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내 인생의 문학선생님을 자주 떠올렸다. 문정우기자님. 권성우 교수님. 최대환교수신부님..
독서와 삶의 시선에 큰 영향을 준 분들이다.
내가 걷지 못했던 보통의 세상을 동경하였고 다른 세계의 창문이 열리면 눈이 커졌다.
내게 디아스포라의 세계를 알려준 내 최초의 디아스포라 선생님 책.
<비정성시를 만나는 푸르스름한 저녁>을 3번째 잡았으니 이 책 독후감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