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작가 페이스 book
2021년 12월의 글을 탐독했다.
내가 읽어본 책은 역시 한 권도 없지만 모든 글은 내 인생의 감각을 일깨운다.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내비치면서 읽고 싶게 만들고 사람을 더 사랑하고 싶은 그 마음을 일게 하는 그건 사랑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나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에서 찾아낸 어떤 문장을 내 유언으로 미리 생각해 두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 긴 내 마음을 갑자기 줄인 말을 찾았다.
"삶의 황홀"
맞다! 바로 이건대.. 황홀할 책 읽기라는 말을 많이 했으면서 왜 삶에 황홀을 붙일 생각을 못했을까
내 삶의 경험에 정신적, 영적 지향이 맞닿는 기쁨은 '삶의 황홀'이다.
내 유언을 고친다.
첫 웃음을 터트린 말은 하필 '비굴의 지혜'이다.
임성용 시인의 산문집 <뜨거운 휴식>에 소개된 시 한 편을 한마디로 '비굴의 지혜'로 일축하니 내 웃음이 안 터질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내용인즉 억울해도 분해도 그냥 허리 숙이고 곱게 입다물면 된다는 말이다.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인데 '비굴'에 '지혜'를 붙이니 도전하고 싶다!
오늘 만난 최고의 시어는 바로 "오늘과 싸웠나요?" 다.
작가는 도심을 산책하다 카페 앞 화단에 앉아 지하철 계단에서 오르는 행인을 쳐다본다.
표정이 없어 화난 얼굴로 보이기도 해서 나온 말이다.
"오늘과 싸웠나요?"
아! 이토록 멋진 시라니!!! 이 한 줄 챙기고 다닐 일상의 준비물이다.
오늘과 싸우지 않으려고 오늘 읽은 아름다운 글들을 떠올리며 다닐 거다.
그리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싶다.
"사랑이 별 건가?
누군가 나를 걱정하고 기다리며 나라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닌가.
육체적으로 약하지만 오랜 세월 축적해 온 경험이 진가를 발 위하는 것이 늙음이다.
어쩌면 진짜 사랑은 인생의 허무와 생의 비의를 깨달은 그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인생의 허무와 인간의 비애를 경험했고 지금 이 순간 내게 닥친 시간과 내 앞의 사랑할 힘 이외에 다른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오늘의 두 번째 웃음은
지방 문예동호회에 다니는 친구 이야기와 문예지 구입에 대해 비판하는 줄 알았더니 느닷없이 자신의 이야기다. 작가의 감상문이 그 문예지에 실려 도착했던 것이다. 기류가 갑자기 바뀌는 데 이런 즐거운 상황에 웃음이 안 터질 수가 없다.
"독자의 감상문이 실릴 수 있는 계간지라니! 나는 갑자기 우호적인 기분이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무조건 의무적으로 지방 문학지를 정기 구독해야 하고 국가는 모든 문예지에 거액의 발전기금을 의무적으로 지원하라!"
이 유머스러운 태도가 왜 이리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눈물을 찔금 흘릴 정도로 웃다가 페이스 book 글을 읽은지 1시간이 지났는데 갓 6일의 글을 읽으며 음악을 들었다.
매일 한 달의 글을 꼭 읽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는 전자책을 읽고 있는 거 아닌가?
페이스북이 이토록 내게 유용해질 줄 몰랐다.
아. 오늘은 내게 열렸고 아름답고 찬란하다.
오늘과 잘 지내며 황홀한 하루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