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끝과 시작

by 윈디


이름에는 주술성이 있는 것이 맞다.

내 이름은 김수나의 '수'는 닦을 修.

어린 시절 상의를 벗으며 이마에 걸쳐둔 채 거울을 보았고, 직장생활을 하다 26세에 광주에서 첫 수녀원 문을 밟았지만 가정환경 탓으로 거절당했다. 당시는 그랬다.

수도생활에 대한 그리움은 많은 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대신했고.
그 후 잊은 듯 살았으나 삶이 허무해서 사람들의 죽음이 이해되던 33세에 신앙을 적극적으로 구했다.

많은 영성도서를 읽었고 영신수련을 했으며 묵주기도를 끊임없이 했다.

다시 수도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타올라 관심자 피정에 다니곤 했지만 이미 내게로 온 강아지 둘을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40세 공부를 시작했고 그건 갈망했던 책과 자연 그리고 신앙에 대한 공부였다.

불광동 성당에 일주일에 한 번 독서수업을 하러 가는 그 이유만으로 혁신파크에 가보게 되었고

엉뚱하게 그곳에서 나의 수도생활은 시작됐다.

책임을 지기 위해 열심히 살기는 했지만 나 자신의 욕심을 부릴 생각을 못해꼬 돈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전세금만 까먹으면 문제될 건 없었으니까.

장소를 옮겨 두 번째 마이너스 경험을 한 후 이제는 정말 더 이상 가난해질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살아온 시간을 잔잔히 생각해 보고 살아갈 삶을 바라보는 아침이다.

마침 12월 1일 일요일, 가톨릭 전례력으로는 대림 1주, 곧 새로움이며 기다림이다.

이젠 주일을 지키지 않지만 먼 데서 해풍에 불어오는 고향 냄새처럼 맡는다.

꿈이 너무 순박하고 계산이 없었다.

내가 깨달은 삶의 의미가 준 생의 기운을 깨닫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방을 했다.

어릴 적 서점주인과 과일농장 주인을 부러워했고 정원을 꿈꾸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책방 초기 한 평의 크기를 눈으로 보고 싶어 만들었던 평상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난 평상을 만들어 보았듯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며 살았던 것이다.

책과 사람을 통해 삶이라는 여러 가지 맛을 느꼈고

비록 쓰디쓴 맛으로 돌아왔지만 좋은 것을 전하고파 실컷 노력해 봤다.

내가 꿈꾸었던 정원도 꾸며봤고...

한평의 이름으로 만평의 대지도 꿈꿀 수 있었으니까.


오늘 하루 과거를 더 더듬어 보려고 한다.

삐비까지 모두 떠난 지 1년이 더 지났다.

삶에서 받은 사랑과 경험을 참깨 털듯 털어내보자.

알차고 향기로운 참기름 한 병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럼 충분하겠다.



살아온 나날에 대해 감사하며...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9화지난 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