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빠-

행복의 주문

by 포도씨


행복이란 무엇일까. 너무 커다란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을 바꿔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은 모르겠지만, 행복감 같은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얼마 전 돌을 지난 아이가 나를 살갑게 부를 때마다 특정한 동작을 한다. 일단 내 쪽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자연스럽게 머리의 각도가 45도쯤 기운다. 다음으로 아빠를 부르는데, 압- 하고 기를 모은다. 잠시 기다린 후 빠-하고 긴 여운을 남기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끈다. 아이가 기분이 좋을 때 나를 부르는 모습이다. 그렇게 아이가 나를 부르면 기분도 좋아지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누군가 나를 부른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일 줄이야. 이 아이의 아빠인 것이 이렇게 다행스러울 줄이야. 다시 해보라고 하면 똑같이 불러준다. 엄마가 해보라고 해도 다시 해준다. 녀석. 사람 기쁘게 할 줄 아는구나.


여행을 갔다. 숙소에는 빨래 건조기가 없었다. 세탁기를 돌려 빨래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있었는데, 아이가 기어와 젖은 빨래를 뒤집으며 놀기 시작했다. 아이쿠. 빨래 너는 과정이 번거로워지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그 조그만 꼬맹이가 세탁물을 들어올려 나에게 건내줬다. 아빠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얼마나 신기했는지. 대견해서 아이의 눈을 보며 박수를 쳐줬다. 자신을 향한 박수인 것을 알고, 아이는 활짝 웃으며 또 박수를 쳤다. 빨래가 너무 즐거웠다.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테이블에 앉아 아이를 품에 안았다. 커피 한잔을 하려고 손을 뻗었는데, 순간 내 볼에 따뜻하면서도 촉촉-한 촉감이 느껴졌다. 아이의 입맞춤이었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아빠가 즐거워하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아이는 연신 뽀뽀를 해댔다. 아 하하. 아하하하. 생전 처음으로 이런 뽀뽀세례를 받았다. 왜일까. 추운 겨울이었지만 따뜻하기만 했다.


요즘은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마음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작고 소소하지만, 아이가 건네주는 그런 추억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앞으로도 계속 쌓여갈 소중한 장면들을 마음속 틈틈이 저장해두면 좋겠다. 그리고 자주 꺼내어보면 좋겠다. 그럼 분명 인생이 더 풍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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