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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씨 Nov 30. 2022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길을 잃은 나에게

아이를 키우며 아이의 삶을 자신의 삶인 양 여기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아이가 가지지 못한 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기에 부끄러운 것이 되고, 아이가 가진 것을 내가 가진 것인 양 자랑스러워하는 모습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나영 작가님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라는 책을 보면 그러한 내용이 나온다. 자신만의 가치와 삶을 살지 못하기에 자녀의 삶에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부모들에 대해서. 그러한 부모들은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자녀와 자신의 삶을 분리시키지 못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자기 삶을 살지 못하며 괴로워진다. 작가님은 그래서 부모는 더더욱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자신의 삶에서 가진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책을 보면서 문득 생각해 본다.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의 삶을 산다. 내가 부모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 나의 삶이 끝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나 만 고민하고 살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나는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나를 염려해야 한다. 나는 부모로 살면서 동시에 여전히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나의 삶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는가에 대해 잊지 않고 그 길을 걷는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고, 행복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며 그래서 지켜가야 하는 것들을 지켜가는 것이다. 자문해 본다. 나는 지금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삼십 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는 나는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고 주저하며 흘러가는 데로 살아가고 있다. 직장을 잡고 돈을 번다는 것이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지금이, 이러한 고민을 해보기에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내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무언지 떠올려본다. 첫 번째. 오래전부터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글쓰기는 내 인생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나는 계속 글을 써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계속해서. 두 번째.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가득 찬 일정을 보면 숨이 막히는 사람이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잘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여기고 있다. 세 번째. 계속해서 역량을 키우고 싶다.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 계속해서 독서하고 무언가를 배워가야 한다. 네 번째.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잘 구분하기 어렵지만, 타인의 반응과 인정에 많이 휘둘린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히려 인정받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은 삶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조금 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주변인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기면 돕기 위해 노력하고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직업적으로 사회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책임감과 행복추구가 내게 있어 소중하다.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어른이고 싶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기본적인 의무들을 잘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이 모든 것이 행복하기 위함임을 기억해야겠다. 무언가가 삶의 행복을 저해시키고 있다면 그것은 변경하거나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잘 지내지 못하고 있고,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고 있는 지금을 산다. 어느 때는 제대로 가고 있다고 믿기도 했으나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라는 한숨을 달고 있다. 나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는 더더욱, 나다운 삶을 살아내고 싶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삶에서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 이런 것을 고민하기엔 너무 늦은 건 아닐지 걱정도 되지만,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이런 질문들을 죽기 전까지 그때그때의 순간에 치열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하는 나의 삶이 나의 아이에게 중요한 삶의 태도를 전해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양희은 님의 노래가 가슴에 맴돈다. 





엄마가 딸에게

-양희은 노래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 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 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난 한참 세상 살았는 줄만 알았는데 아직 열다섯이고
 난 항상 예쁜 딸로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미운 털이 박혔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알고픈 일들 정말 많지만
 엄만 또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지
 
 공부해라 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
 성실해라 나도 애쓰고 있잖아요
 사랑해라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나의 삶을 살게 해줘!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주겠니
 
 랄 라랄 라랄 라랄 라랄 라랄 라라 라랄 라라 라랄라
 랄 라랄 라랄 라랄 라랄 라랄 라라 라랄 라라 라랄 라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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