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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Feb 29. 2024

궁상떨다가 또다시 할 일 하고

나는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의미란게 없거나 의미 둘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나는 별 거 아닌 사람일지도. 그냥 이 상황에 너무 의미 부여하지 않고 그냥 해야 할 일 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그냥. 일어난 일들에 너무 자책하고 너무 원망하지 않고 그 에너지로 어떻게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면 되는 게 아닌가.


그러자 알 수 없는 자유와 해방이 몰려왔다.



3개의 아르바이트 겸으로 지원했던 인턴 면접을 전부 떨어지고 나서 든 생각이다. 뭐 하나 남들보다 잘 안된다고, 내가 위인도 아니고 비참해하며 당장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내 의무가 살아서 좋은 것들을 이뤄내고 나쁜 것은 하나도 겪으면 안 된다, 가 아닐 텐데. 그만큼 의미 있는 삶은 아니란 사실이다.


물론 떨어진 순간에는 한몇 시간 동안, 그날 하루종일 내 주특기 '우울하고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이야기 주인공'처럼 생각의 질주를 달렸다. 심지어 그날은 망설이다가 한 회사의 면접을 취소한 날이었다. 물론 붙어도 안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회사였지만 가능한 모든 회사의 면접을 보면서 연습을 해온 내가 답지 않은 선택을 충동적으로 했기에 마음이 널뛰기를 했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은 당연했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으니 지원 요청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조건을 낮추거나, 취직을 빠르게 하기 위해 지원 폭을 넓히고 방향을 잡아서 승부를 봐야 했다. 당연히 할 일들이고 의외로 내가 잘 안 되었다고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난 그 사실이 미친 듯이 인정하기가 싫었다. 내가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왔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생을 했는데, 그 결실로 이렇게 좋은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니.


0 됐다. (진짜 금액이 0이 됨.)

생활비가 당장 없는 건 아니어도 이때쯤 알바를 시작해야 몇 달을 버틸 수 있었다. 3곳 모두 떨어질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면접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슬금슬금 들었다. 어, 나 여기 지원하면 안 됐는데? 단기가 아니라 장기를 뽑는 것 같은데? 그러면 이제 다른 알바로 눈을 돌려야겠구나. 그리고 취업준비를 1순위를 위해 주말을 가야겠지? 지원받을 금액을 얼마가 가능할까?


'내'가 겪어야 할 문제들을 인정하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번 글은 사실 생각이 말로 정리가 너무너무 안 되어서 오래 걸렸다. 그래서 그림이나 사진이 아예 없는 연재 글이 되었다....솔직히 '아무거나 해도 괜찮다'고는 하지만 커리어도 개발시키고 싶고 좋은 직장에 잘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포기가 되지 않는다. 돈만 번다면 벌 수는 있지만 내가 살라온 전공과 여정이 가리키는 방향이 있지 않은가. 그 합의점이 아직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서 아직도 갈팡질팡이다.


그저 내 메시지가 한 사람에게라도 쌓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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