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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Mar 13. 2020

레게 그루브를 가진 소년이 내게로 왔다

너와 함께 한 반짝이는 젊은 날들


넌 나의 빛

처음 나에게 찾아온 아이는, 나를 힘들게 한 내 안의 소리와는 반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내가 있는데 어떻게 당신이 죄인이고 벌 받은 사람인가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의 눈빛과 숨결이 가져다주는 살아있음이 나를 다시 반짝이게 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이 그 생명력이 나를 웃게 했다. 한국에서 출산을 하고 100일쯤이 되었고 남편이 있는 트리니다드로 다시 돌아왔다. 오랜만에 나와 아이를 본 남편이 행복해 보였다. 물론 아이 때문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지금도 가끔씩 그때 밤에 일어나 아빠와 놀기를 청했던 아이 이야기를 자주 한다.


배넷머리를 치켜세우고 웃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홀딱 넘어가서는 그가 하자는 대로 이끌려갔다. 이유식은 얼마나 잘 먹는지, 한 숟갈을 비우고 다음 숟갈을 기다리지 못해 늘 징징댔다. 이유식을 먹이던 내 손은 분주했고 내 모유는 진작에 양에 차지 않아 분유를 먹였다. 건강했고 늘 밝게 웃어 별명이 '해피 보이'였던 아이. 4개월 때부터 카리브해의 파도치는 해변에서 놀기 시작한 아이였다.


트리니다드토바고, 마라카스 비치에서, 2011




그 아이는

카리브해 특히 자메이카의 레게 그루브를 가진 이 소년은 지금 한없이 주어진 시간에 당황해하며(코로나 바이러스) 집에서 열심히 브롤을 하거나 너튜브에서 누구의 브롤 영상을 보거나 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그는 춤을 좋아해 2년 가까이되는 시간, 꿈이 댄서라고 했다. 어리석은 엄마는 그의 꿈을 지지한답시고 댄스 스쿨을 권했으나 그가 단칼로 내 제안을 거절했다. 6살 때였다.


엄마, 난 누구의 춤을 따라서 배우고 싶지 않아. 그건 내 춤이 아니잖아. 나는 내가 느끼는 대로 추고 싶은 거야.


아, 그래. 고개를 끄덕였지만 머릿속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어질 했다. 이전 세대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다음 세대의 단면을 살짝 았으므로. 6살 아이에게서 배우곤 했다.


영화보기를 좋아하고 마지막 로징 크레딧 컷의 뮤직이 나오면 한결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국의 그루브가 아닌 것으로 몸을 흔들고 있다. 세련되지 않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의 몸짓은 아름답다.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머뭇거림이 없다.


댄서가 꿈이라고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더니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댄서와 사이언티스트가 다 되고 싶은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글쎄, 한번 잘 생각해 봐. 무엇이든 꽤 멋질 것 같은데. 하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고 며칠 뒤다.


엄마, 나 결정했어.
댄스는 취미로 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


란다. 춤을 취미로 한다는 말과 과학 실험과 폭발이라는 말에 귀여워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부쩍 나에게 "엄마는 내가 뭐가 되면 좋겠어?"란다. 아무리 꼬셔도 절대 말하지 않는다. 친정에서는 논리적인 면을 보고 변호사를 하라고 하고, 시댁에서는 과학자가 적성에 맞을 거라고 말한다. 그런 주제가 나오면 난 묵음 모드다. 그래서 내 의견도 궁금했나 보다.


정말 엄마는 내 생각으로 널 한정 짓고 싶지 않아. 뭐든 좋아, 네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시 내 속이 궁금했던 아이는 재차 물었지만 정말 없었다,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은 말이다. 네가 이웃들과 잘 어울려 사는 행복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 중요한 가치를 최전선에 두고 그것을 살아내는 사람이면 좋겠어. 외형보다 중요한 것이 있어,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떤 사람으로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할 기회가 있다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임시 휴교의 장점이라면,

아이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안아줄 시간도 보듬고 뽀뽀해 줄 시간도 함께 많아졌다. 정기적으로 아이들은 나를 침대로 데려가 함께 누워 껴안고 장난치고 간지럽힌다고 난리다. 긴 머리카락은 뽑히기 일수고 한참 부비고 나면 얼굴도 옷차림도 엉망이 된다. 큰 아이는 곧 사춘기가 올 것이니 지금 고마운 마음으로 안아준다.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아이, 점점 소년으로 자라는 아이, 생각이 커지고 미래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아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엄마는 너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선물해주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돼. 그래도 네가 엄마가 꽤 멋지게 잘 자라주어 고마워. 너는 내 삶의 빛이야. 네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어. 네 꿈을 향해 훨훨 날아가렴. 엄마가 잘못 생각해서 널 붙들고 있다면 지난번처럼 알려주고. 잘 들으려고 노력할게.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렴.


배넷머리 마에스트로, 2011


젊은 날에 얻은 첫 아이는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멋졌다.  생명 안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저주의 말들로부터 나를 치유하는 힘이 있었다. 살아갈 수 있는 엔진이 되기도 고 하늘이 저 아이를 우리에게 맡겼다고 생각하면 뭉클해다. 일상을 살다 보면 이런 마음을 잊고는 한다. 뿔이 난 마음으로 시무룩해져 있으면 아이가 다가와 말을 건다.


엄마 괜찮아?


마음을 들여다 보고 위로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아이가 나를 키다. 조급함을 지우고 천천히 잘 자라도록 물을 주는 엄마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getty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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