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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Jul 02. 2019

엄마산

늘 그자리에서 푸르고 아름답기를 

높고 푸른 산이 꼭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산을 닮은 것이 아니라

산이 엄마를 닮은 거였다


멀리서 보면 다 보이면서

산을 오를 때 그 속에 있을 때에는

어찌 그리도 전체가 보이지 않는지

어찌 그리도 그 마음이 보이지 않는지


가까이 그 속에 들어가 보면 숨이 차도록 오르고

오르기 힘든 그 모습이 엄마를 닮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힘들다는 말만 되뇌이며 오를때

내게 보이지 않는 손을 내밀며 그렇게 끌어주었거늘


봄이되면 향긋한 꽃향기로 나를 이끌어주었고

여름이 오면 푸르고 초록빛 가득한 싱그러움으로 나를 불렀고

붉게 물든 아름다움 모습의 가을을 선물해주었고

하얗게 깨끗해진 모습과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겨울 공기로 나를 맞이하며


마침 그 끝에 오르고 나면


당신이 내게 보여주고픈,

당신이 내게 주고픈 그 모습이 하늘과 맞닿아 내 가슴을 칠 때 그제서야 나는 안다


왜 나를 숨차게 했는지

왜 나를 힘겹게 했는지


왜 나는 그 순간에 당신의 마음을 그렇게 몰랐을까

당신의 끝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이 늘 있었다는 걸 왜 나는 단 한 번도 몰랐을까.


할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의 산은 늘 내가 안기고픈 푸르른 산으로 같은 자리에 계속 있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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