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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1. 2019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일상'은 탈출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지킴의 대상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길 바라면서도, 막상 위협을 받고 무너지려 하면 지키 복구하려 애쓴다. '일상'은 보통 지루한 반복 이미지와 붙어있어서 그렇다. 그룹 자우림은 노래 '일탈'에서,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하거나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하면서 까지 '매일 똑같은 피곤한 일상'에서 탈출하자고 외친다. 일상 탈출이 곧 일탈이다. 그러나, 한번 일상이 크게 흔들리고 나면 무사히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한다.  


매일 같이 돌리던 쳇바퀴를 잃어버린 다람쥐는 과연 행복할까? 매일 다른 세상이 펼쳐지면 아침마다 신선한 행복으로 하루를 맞이하게 될까? 사실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지루한 계속적인 반복이다. 식물은 꽃과 잎과 열매를 맺고 떨어뜨리고, 동물은 자라고 먹고 사랑하는 일을 반복하며 평생을 살아간다. 심장은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뛰고, 지구는 까마득한 세월 똑같은 궤도를 날아다닌다. 우리는 일정한 리듬의 반복에 흥겨운 기분을 느끼며, 과학법칙은 결국 반복의 발견으로 생활을 진보시켜왔다.

일상이 넓어질수록 삶은 안정된다. 독주나 소규모 연주의 작은 실수는 곡의 안정을 무너뜨리지만,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멤버 한 명의 실수는 그냥 슬쩍 덮고 지나갈 수도 있다. 커다란 배는 작은 파도에 흔들리지 않으며, 큰 나무는 오랜 가뭄을 견딘다. 소행성이 와서 딪히는 일조차 은하계 범위에서는 일상이다. 일상의 범위를 키워가면 흔들리는 일상에서도 안정감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  

살다 보면, 급커브나 과속방지턱, 급정거나 갑작스러운 유턴에 덜컹대고 쏠리는 일이 생긴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 비상이다. 그럴 때 손잡이가 있어서 중심을 잘 잡고 있으 비상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다. 삶의 굴곡이 커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거나, 몸에 힘이 없는 경우일수록 버틸수 있게 도와주는 손잡이는 꼭 필요하다.

흔들리는 일상이 여행 같으면 좋겠다. 여행은 일상의 변주라서 여행길에 일상의 손잡이는 멀리 있지 않다. 어릴 때 손잡이에 키가 미치치 못하던 시절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았고, 친구와 책, 영화, 노래 등 많은 손잡이가 있었다. 이제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다른 이 든든한 손잡이가 되어줄 일도 많아졌다. 삶의 손잡이를 잘 살펴 챙길수록,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를 편안하게 한다. 그런 삶의 법칙은 눈에 보이는 여기저기, 특히 흔들림이 있지만 가야할 곳에 쓰여 있다.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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