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1일째. 5년 연애가 5분 만에 끝나다

자책 어린 용서보다 괴로운 이별을

by 하마

그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생각했다. 뭐가 잘못된 걸까? 왜 이 사람은 뒤돌아 보지 않을까? 잘못은 그가 했지만 나라도 무릎을 꿇어볼까? 그럼 없던 일이 될까? 이게 꿈이 아니고 현실인가? 어디서부터 나는 혼자였을까? 아니 무엇보다도, 우리가 진짜로 헤어질 수도 있었단 말이야?


이것은 당신이 헤어진 뒤 겪게 될 실연의 과정이자

헤어짐 중에서도 특히, 긴 연애의 끝에 상대방의 외도로 인한 이별의 기록이다.


5분 전까지만 해도 까맣게 몰랐는데

5년의 연애는 나에게 결코 짧지 않았고, 꽤 괜찮은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연인들이 사귄 지 몇 년이 지나서 이젠 서로에게 떨림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아닌데’ 라며 뿌듯해했다.


전 애인의 핸드폰에서 외도의 증거를 발견한 뒤 헤어지자 말하고 그를 내보내는데에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5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사랑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는데, 문제의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5분이 지난 후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가 집을 나가고 문이 닫히자마자 시작된 눈물은 그날 종일 그치지 않았고 쓰레기통이 휴지로 가득 차도록 울어댔다.


나보다 그가 아플까 봐 걱정돼

사귀는 동안 언젠가는 다가올 헤어짐을 상상할 때 나는 내가 겪을 이별의 아픔보다 그가 나를 잃어서 아프면 어쩌지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실연을 당한 나 스스로의 아픔보다 그 아픔을 겪을 그가 더 안쓰러웠다. 오늘도 역시나 그 안쓰러움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잘못으로 이 관계를 잃게 된 그는 얼마나 괴로울까. 이 생각이 정말 바보 같다는 걸 알지만, 그리고 그는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게임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 걱정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후폭풍이 오면 어쩌나. 뒤늦게 후회하느라 괴로워하면 어쩌나.


용서할 수도 있었을까?

이별의 계기는 그가 제공했지만 '더이상은 안되겠다, 그만하자' 라는 이별의 말 자체는 내가 했다. 결단을 내린 것이 나이기에 스스로에게도 원망과 자책이 든다. 눈 감아 줬다면, 조금 참았으면, 한 번만 용서했다면. 하지만 동시에 그럴 수 없다고, 그렇게 이어간 관계에서 스스로를 존중할 수 없었을 거라고, 그건 내가 원하는 연애의 모습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자책과 확신이 번갈아 들며 이렇게나 괴로운데도 언젠간 무뎌질 수 있는 걸까.



끝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

1.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2. 내가 사람을 다시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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