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운동하고 싶어지는 그림'의 시작

어디로 가는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나의 홀로 걷기가 시작되었다.

by 지구대장


목 차


프롤로그

00 아무도 물어보지 않아서 나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01 퇴사하면 하고 싶었던 것들

02 비로소 보이는 것들

03 돈 버는 것 빼고 다 해보기

04 1년만 살아보자

05 걷기를 시작하다

06 계단을 오르다

07 공부를 시작하다

08 스쿼트를 시작하다

09 운동하고 싶어지는 그림을 그리다

에필로그



프롤로그


봄날이었지만 현관문을 열자 찬 바람이 훅, 하고 목덜미를 훑고 지나가던 날이었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답답함에 무작정 집을 나섰다. 갈 데가 마땅히 없어서 아무데나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내심 이런 순간을 바라기도 했지만..

'괜찮아, 오히려 잘됐지 뭘..'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으로 퇴사했고, 쉴 틈 없이 느껴지던 내 일상이 한순간에 얼어버렸다.

능력에 비해 중요한 업무를 맡았다는 중압감, 하고 싶은 말은 늘 참아야 했던 내 위치, 그로 인해 감정은 짓눌릴 대로 짓눌린 상태였고 스트레스는 언제라도 터질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나는 얼어버렸다.


자유보다 허무함에 사무쳤다.

무한히 펼쳐진 시간 앞에서 어찌할 바 몰랐다.

나 또한 여느 직장인들처럼 퇴사를 바라 왔건만, 갑자기 현실이 될 줄 몰랐다. 퇴사 의지가 없던 것인지, 야물딱지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둘 다 였을 수도.


그렇게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채로 시작돼버렸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

베란다 창문에 서서 제각각으로 지나가던 자동차를 초점 잃은 눈으로 보던 중이었다. 이대로 있을 것인지, 나에게 물었다. 조금 머뭇거리다 나는 단박에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1층을 누르고 버튼 위 거울 속, 내 모습을 봤다. 약간 긴장한 얼굴이었다.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기다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운 건 아닌 거 같은데... 무슨 감정인지 모를 것이 느껴졌다.



나는 달라진 게 없는데 모든 게 달라져있었다.

10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동안 회사에서 일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다 내려와서 1층 자동문 앞에 섰다. 어디로 가든 상관없지만 잠시 어느 방향으로 걸을지 생각했다. 이곳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데가 없었다.

건물이나 사람보다 풀과 나무와 꽃이 더 많은 동네라는 건 조금 나중에 알게 됐다. 익숙한 곳이 없었기에 아무데나 가보자, 했다. 그냥 걷고 싶은 대로 걸었다.


그렇게 어디로 가는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나의 홀로 걷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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