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토마토소스 미트볼 덮밥&어설픈 할로윈 꾸밈
똥손은 아니지만 금손도 아니다.
섬세함은 타고나질 못해서 정성만 들어간 도시락으로 승부 중이다.
할로윈이라고 테마 도시락이 자꾸 보이길래 흉내를 좀 내서 분위기만 내본다.
동생은 신경도 쓰지 않는, 사실 많은 이들이 신경 안 쓰는 할로윈이긴 하지만 말이다.
원래 하려던 건 수제 미트볼 도시락,
미리 만들어 둔 동글동글 미트볼.
밑간 해둔 돼지고기, 소고기에 빵가루, 달걀, 볶은 양파랑 표고버섯.
양파 볶은 냄비에 생토마토를 다져 더 볶고 시판 토마토소스 반 컵과 케첩 한 스푼, 레몬즙, 칠리소스도 조금.
잘 지은 현미 섞은 쌀밥에 소스를 반만 깔아주고
모차렐라 두른 미이라 미트볼,
케첩 바른 소시지 손가락,
달걀귀신, 호박귀신 귤.
밥 위에 올라가 있는 건 박쥐 체다치즈였는데 아직 따땃했던 밥 위에 올려버려서 녹아버린 사태...
이렇게나 어설프단 말이다.
소스로는 피범벅을 표현하고자 했으나 그저 지저분해 보일 뿐이고.
달걀귀신도 귀신같지 않은 귀염성이라니.
달다구리는 잊지 않고 챙겨준다 그래도.
마차 맛 웨하스랑 대파 맛 크래커.
소시지 때문에 안 닫혀서 어쩔 수 없이 윗 칸으로 옮기고 싸줬다... 하하
그런데 퇴근하고 돌아온 동생의 가방이 무겁다.
외근하느라 다른 회사에서 점심을 먹게 된 상황이라 도시락을 꺼내지 못했단다.
워낙 표현 잘 안 하는 동생이라 직접 말은 안 했지만 살짝 미안한 내색이 분명하다.
"야, 다행이다~ 회사 사람들이 봤으면 애기 도시락이냐고 웃었을지도 몰라, 큭큭"
한 번 데워서 저녁 식사로 같이 먹는다.
내가 직접 고기를 다졌더니 질긴 부분이 좀 있었다.
이런, 이것도 실수네. 멋쩍게 웃었더니, 아니 괜찮다며 끝까지 맛있게 잘 먹던 동생.
매 번 아쉬움 남는 도시락 싸기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