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무스비&호박전
동생의 몇몇 동료들도 점심을 싸오거나 편의점에서 사오거나 해서 같이 먹는단다.
입사를 시작으로 두 달째, 매 주 도시락을 싸오니 물어볼 만 하다.
"누나가 뭐하시는 분이세요? 어떻게 도시락을 매 주 싸줘요?"
"집에서 놀아서 싸주는거죠, 하하"
"아..일하면서 해주시는 줄 알고 하하"
내가 일할 때 동생이 두바이에 올 때면 집청소와 설거지를 해주곤 했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게 정리정돈인데, 언니는 정리의 여신이고 동생은 청소의 대가랄까.
그들은 나를 이해못하고 나는 그들이 신기하고.
아무튼 동생이 놀 때는 청소해주었으니, 내가 놀 때는 도시락이라도 해 주는 거지, 뭐.
통조림 햄을 얻게되어서ㅡ하여튼 활용하려는 정신 투철한 누나ㅡ해보고 싶었던 무스비를 만들기로 했다.
김밥 마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슴슴하게 참기름과 소금, 마요네즈 한 수저로 간 한 밥에 계란말이 만들고 햄 구워주면 재료는끝.
나머지는 차곡차곡 쌓아 김을 휘리릭 말아주면 완성이다.
첫 번째 무스비가 잘 나와서 두 번째 욕심내서 재료를 조금 더 넣었다가 터졌지만 말이다.
조금 터진 아이는 아래로...안보이지롱
무른 딸기를 아래에, 흠 없는 딸기는 위에 두고 한 팩에 파는 장사꾼같구나.
그래도 무른 딸기처럼 질이 낮은 건 아니란다 아래에 깔린 밥이라고.
남은 햄을 또 활용해서 호박전을 부친다.
음,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조금 다르지만 실험정신에 점수를 주기로 하자.
경주에서 따온 미니사과랑,
또 엄마가 끼어들면서 토끼를 만드시겠다고.
도시락 싸는 아침에는 엄마도 덩달아 바빠지신다.
무스비와 먹기 좋으라고 큐브 된장국 하나 챙겨드리구요~
이 사진을 보신 엄마 친구 분이 이 도시락통 하나 주문해달라고 하셨단다.
예쁜데 조금 작은 감이 없지않아 양이 부족할까 걱정된다 개인적으로.
원체 입이 짧은 동생이기는 하지만,
지하철 한 시간 넘게 통근이니 출근하면 이미 배가 고플 것 같단 말이지(너무 내 기준인가)
밥 싸주니 엄마 마음이 드나보다.
분주하게 보내고 나서 한숨 돌리고 나면 엄마,아빠와 먹을 아침식사를 조금 느긋하게 준비할 수 있다.
남은 재료들로 무스비를 더 만들고
(또) 경주에서 가져온 가지도 한 봉지가 있어 가지전도 부친다.
냉장고 열어보니 볶은김치도 있네
요것도 넣고 모짜렐라 치즈도 넣고.
햄과 계란은 안 남고 밥만 남아 북어보푸라기와 깻잎, 김치로 돌돌 하나 더 말고.
나머지 재료를 다 쓰고자 만들다보니 아침식사가 꽤 화려해졌다.
동생 도시락 싸주는 덕에 우리도 맛있는 거 먹는다며 좋아하시는 부모님,
신박한 메뉴 한 번 해보고 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