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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Oct 31. 2019

09_혼자 즐거운 할로윈 도시락

매운 토마토소스 미트볼 덮밥&어설픈 할로윈 꾸밈



똥손은 아니지만 금손도 아니다.

 섬세함은 타고나질 못해서 정성만 들어간 도시락으로 승부 중이다.

할로윈이라고 테마 도시락이 자꾸 보이길래 흉내를 좀 내서 분위기만 내본다.

동생은 신경도 쓰지 않는, 사실 많은 이들이 신경 안 쓰는 할로윈이긴 하지만 말이다.


원래 하려던 건 수제 미트볼 도시락,

미리 만들어 둔 동글동글 미트볼.

밑간 해둔 돼지고기, 소고기에 빵가루, 달걀, 볶은 양파랑 표고버섯.

양파 볶은 냄비에 생토마토를 다져 더 볶고 시판 토마토소스 반 컵과 케첩 한 스푼, 레몬즙, 칠리소스도 조금.

잘 지은 현미 섞은 쌀밥에 소스를 반만 깔아주고

모차렐라 두른 미이라 미트볼,

케첩 바른 소시지 손가락,

달걀귀신, 호박귀신 귤.

밥 위에 올라가 있는 건 박쥐 체다치즈였는데 아직 따땃했던 밥 위에 올려버려서 녹아버린 사태...


이렇게나 어설프단 말이다.


소스로는 피범벅을 표현하고자 했으나 그저 지저분해 보일 뿐이고.

달걀귀신도 귀신같지 않은 귀염성이라니.


흉내 내려고 노력한 이 흔적

달다구리는 잊지 않고 챙겨준다 그래도.

마차 맛 웨하스랑 대파 맛 크래커.



소시지 때문에 안 닫혀서 어쩔 수 없이 윗 칸으로 옮기고 싸줬다... 하하



그런데 퇴근하고 돌아온 동생의 가방이 무겁다.

외근하느라 다른 회사에서 점심을 먹게 된 상황이라 도시락을 꺼내지 못했단다.

열어보니 미이라는 치즈가 하나가 되어 떡이 되었고, 눈알은 굴러다닌다.

워낙 표현 잘 안 하는 동생이라 직접 말은 안 했지만 살짝 미안한 내색이 분명하다.


"야, 다행이다~ 회사 사람들이 봤으면 애기 도시락이냐고 웃었을지도 몰라, 큭큭"


한 번 데워서 저녁 식사로 같이 먹는다.

내가 직접 고기를 다졌더니 질긴 부분이 좀 있었다.

이런, 이것도 실수네. 멋쩍게 웃었더니, 아니 괜찮다며 끝까지 맛있게 잘 먹던 동생.

매 번 아쉬움 남는 도시락 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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