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잘난 줄 알았고, 그건 오만이었고
2017년 8월부터 12월까지 상을 5개 탔다. 자연스럽게 오만해졌다. 물론 그 사이에는 상을 타지 못한 20개의 작품들이 있었지만, 실패한 것들에게 보낼 찬사는 없었다. 나는 내게 돌아오는 축하에만 집중했다. 따지고 보면 상 한 개가 5번의 실패 정도는 눈감아주는 듯했다. "야 너 5개는 못했지만, 1개는 상 탔으니까 잘한 거야." 내겐 5:1의 교환비가 정해져 있었다. 오만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 계산법은 틀렸으니까.
제목도 틀려먹었다. 손만 대면 상을 타던 시절은 없다. 손만 대면 실패했다. 그렇지만 대외적으론 손만 대면 상을 탔다. 왜냐면 상을 탄 것들만 말했으니까. 그렇게 바라본 외부의 시선은 내가 광고를 잘한다고 여기게 만들었고, 나는 광고를 잘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믿으면 믿는 대로 된다고 하지 않던가. 그 말을 한번 믿어보려고 한 것뿐이다.
상을 타보니 다른 세상이 보인다. 팔로워가 늘었다. 광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왔다. 조언을 구했다. 피드백을 구했다. SNS를 키웠다. 광고에 대해 아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수상자들끼리의 카르텔 같은 것이 있었다. 그 속에 나도 초대받았다. 우리는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끼리 팀을 이루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강연을 나가게 되었다. 비록 동아리 OB로서 하는 강연이지만, 내겐 너무나도 큰 자극이 됐다. 나는 말발이 좋다. 그래서 부족한 생각도 그럴듯하게 말하는 재주가 있다. 게다가 비언어적 표현에도 꽤나 능해서, 사람들은 내 말이 진리인 줄 알 수도 있다. 그 순간만큼은. 묘하게 설득되는 것. 그것에 내 특기였고 나는 강연에 매우 적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결국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왜냐면 내실이 없으니까.
겨울에는 대학교 강연까지 갈 수 있었다. 현업 마케터와 광고인을 어깨 나란히 하고 '공모전 중독자'라는 타이틀로 강연 엔트리에 구성됐다. 강의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멘토라는 이름으로 멘티들이 생겼다. 나를 부르는 호칭이 더 이상 오빠나 형이 아니었다. 선생님 혹은 강사님이었다. 나는 그런 것들이 좋았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데서 멈춰야 했다.
인간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더 넓은 곳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동아리를 시작하며 바다로 나온 개구리가 됐다고 했는데, 동아리도 결국 우물이었다. 삶은 계속되는 우물 탈출 게임 같다. 한 판을 깨면 계속해서 더 넓은 우물로 나가야 하는, 그때마다 우물이 커져서 고작 몇 번의 물장구로는 넘을 수 없는. 나는 공모전이라는 우물을 벗어나지 못했다. 거의 닿았다 싶을 때쯤, 내려치는 손놀림에 놀라서 다시 우물로 내려왔다. 바깥의 태양이 너무 뜨거운 탓이었을까. 우물 안에서 내 경험을 위시했다. "너희는 우물 바깥을 보았니? 나는 보았거든!"
그렇게 나는 더 많은 강연 기회에 관심을 가졌다. 공모전 가이드북을 만들고, 공모전 유튜브를 만들고, 광고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행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었다. 그렇게 계속 탑을 쌓았다. 돌을 잘 고르지 않은 채, 보이는 돌들만 주워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탑을 쌓았다. 그렇게 흔들리는 탑은 자꾸만 누가 다가오면 예민하게 굴었다. 사실 돌탑은 누가 다가오지 않아도 무너질 것이었는데. 괜히 주변에 생채기를 내는 것이었다.
공모전 tip.
공모전을 진행하다 보면, 강연을 다닐 일이 많습니다. 굳이 광고인이 아니어도 유명 마케팅 회사, 혹은 프리랜서 마케터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강연을 듣게 됩니다. 물론 대부분의 강연은 좋은 내용을 다루겠지만 어떤 강연을 듣던지 여러분의 주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강연을 그대로 흡수하겠어." 보다는 "이 강연에서 내 생각과 다른 점을 알아봐야겠어."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강사를 그대로 믿지 마세요. 오히려 그럴수록 좋은 강연을 듣게 됩니다. 강사의 이력과 강사의 경력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믿고 내용에 대해서 직접 생각하고 반박해보세요. 주고받는 과정에서 여러분만의 기획력이 생길 것입니다. 결국 기획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