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알고 나만 모르는 좋은 정보가 있을까 싶어
유명 입시학원에 등록하는 기분으로 맘카페에 가입 신청서를 썼다.
내가 가장 먼저 도움을 얻은 게시판은 '테스터 질문방'이었다.
아마 그곳이 이 카페에 빠져드는 시작이자 가장 간절한 곳이 아닐까 싶다.
'테스터 질문방'에는 임신테스트기의 사진과 함께 마지막 생리일 등을 적어
임신이 맞는지 확인받는 식이다.
첨부되는 사진 속 임신테스트기는
임신임을 나타내는 붉은 선이 선명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진들을 확대하고, 휴대폰 화면을 가장 밝게 하여
어떻게든 긍정적인 답변을 적어주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어떤지 다들 알기 때문에
이곳의 댓글은 임신 여부를 떠나서 너무 따뜻하다.
'임신이 아니네요.'라는 표현 대신 '조금 더 기다려 보세요.'라는 식이다.
나는 이곳의 글들과 나의 테스터를 비교해가며
임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글을 써본 게시판은 '초음파 질문방'이다.
임신임을 확인한 뒤 슬슬 몸이 적응을 하고 여유가 생기자
뱃속의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해서 잠이 안 오는 때가 있었다.
12주에 찍은 초음파 사진을 이곳에 올리면
이를 분석하여 아들인지 딸인지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이른바 '고수님'들이 계신다.
나는 아들도 딸도 다 좋았지만 궁금한 마음에 이곳에 글을 썼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고수님'의 분석이 맞았다.
'테스터 질문방'보다는 덜하지만 이곳에도 간절한 사연들이 꽤 많다.
아들 많은 집에서는 딸을 원하고, 딸 많은 집에서는 아들을 원한다.
테스터 질문방, 초음파 질문방, 주차별 수다방 거쳐 엄마가 되었고
지금은 수유 질문방과 육아 질문방에 정착하였다.
점점 맘카페의 매력에 중독되어버렸다.
내가 맘카페에 중독된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그곳은 다양성이 있는 공간이다.
이십 대 초반의 젊은 엄마들부터
이미 성인이 된 자녀를 둔 선배 엄마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이 있다.
전업주부, 회사원, 사업가 등 직업도 다양하고,
전국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까지 사는 지역도 다양하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엄마, 이혼을 한 엄마, 아기가 다섯인 엄마, 가족의 형태도 다양하다.
얌전하게 공부하고, 진부하게 사범대에 진학한 뒤
성실하게 교사생활을 해온 나는 그동안 딱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며 살아왔다.
내가 이곳을 몰랐다면 좁디좁은 내 세계관을 확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맘카페를 통해 나는 세상 공부를 하고 있다.
둘째, 그곳은 다정함이 있는 공간이다.
카페의 어떤 글들을 보면 '이런 걸 왜 이런 곳에 묻지?' 싶은 글들도 참 많다.
오늘 점심에 뭘 먹을지 고민하는 글,
아기 머리핀을 사려는데 뭐가 더 예쁜지 묻는 글,
재미있는 드라마를 추천해달라는 글, 남편과 시댁 이야기 등
아주 사소하면서도 시답잖은 이야기들과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금방 얻을 수 있는 정보에 관해 묻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아니, 어쩌면 그런 종류의 글들이 더 많다.
나는 그런 글들에 달리는 댓글들이 참 좋다.
여느 익명의 공간들과 다르게 날을 세우며 논쟁하지 않고,
내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며 기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달째 집에서 아기를 기르고 있는 지금은
왜 그런 글들을 맘카페에 올리는지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우리 아기 백일 상에 어떤 꽃을 올릴지를
학기말 생기부 작성에 여념이 없는 내 동료들에게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육아는 종종 외딴섬에 갇힌 기분이 든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와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면
나만 바보같이 느껴질 때도 있고, 고립감과 단절감이 느껴진다.
그저 아무나 붙잡고 아무 이야기나 하고 싶은 때가 많다.
맘카페는 섬과 섬을 연결해 주며 다른 섬의 소식을 전해주는 바다 같은 공간이다.
엄마들에게 그런 공간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에필로그>
글을 쓰다 보니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를 가르쳤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전공이 국어교육인데 아기의 옹알이만 따라 하다 보니 어른의 언어로 말하는 법도 다 잊어버렸다.
이래서 복직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