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작해야 좋을까….
내 딸아, 일단 정말 수고 많았다.
너의 바람대로 이 전쟁은 끝났다.
처음에 네가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였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너는 네 몸을 던져 이러한 업적을 일구어냈구나.
너는 남을 공격할 칼이 없었다.
남의 공격에서 위험을 막아줄 방패도 없었다.
네 힘은 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강하지 않았다.
너는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녀도 아니었다.
네 미모가 전쟁을 끝낼 정도의 경국지색조차 아니었다.
그러나 너는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강한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네가 보름 전 집에 들어와 쓰러지며 전쟁을 끝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너의 말이 거짓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너의 말대로 전쟁은 끝났다.
아버지도 없이 홀어미 밑에서 자란 네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전쟁을 끝낸 것인지, 배운 것 없는 못난 이 어미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너는 눈을 뜨지 못한 것이냐.
어째서 어미만 놔두고 네가 먼저 가버린 것이냐.
내가 “내 딸이 전쟁을 끝냈소!”라고 외치면 사람들은 나를 모두 미쳤다 할 테지.
하지만 나는 안다.
네가 전쟁을 끝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 어미는 억울하다.
세상이 너를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
어미가 글을 알았더라면 네 이야기를 글로 써서 역사서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노래를 알았더라면 너의 업적을 노래로 전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너는 역사에 남지 않을 것이다.
못 배운 어미와 못난 핏줄 때문에 너는 숨겨질 것이다.
아마 거짓된 영웅들만이 전쟁을 끝낸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 내세울 테지.
딸아.
어째서 희생한 것이냐.
이 어미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구나.
그러나…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어미가 약속하마.
세상이 모두 잊어도 이 어미만큼은 오래도록 살아남아 너를 기억할 것이다.
이제 편히 쉬어라. 사랑하는 내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