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is good
프리네는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했다.
이미 배심원단은 그녀의 유죄를 확정 지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감히 창녀 주제에 신의 모델이 돼?”
“감히 여신처럼 칭송을 받아? 스스로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라도 되는 줄 아는가 보군!”
“착각이 심해도 유분수지. 그렇게 콧대가 높아서야 원.”
“신성 모독은 사형이다! 저 여자를 죽여라!”
그들의 적개심과 분노는 오직 그녀의 죄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배심원들 가운데에는 그녀를 사려고 했다가 드높은 그녀의 몸값에 포기하고 돌아간 이도 있었다.
이것은 복수였다.
가지지 못한 자들의, 가져보지 못한 자들의 열등감에서 오는 복수심.
변호사이자 그녀의 애인이었던 히페리데스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이 상황을 타개해나갈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프리네는 히페리데스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이제…, 됐어요. 받아들이도록 할게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삶을 포기하려 한다. 히페리데스는 다급해졌다.
“나를 믿어?”
뜬금없는 애인의 이야기에 프리네는 의아했다.
“네. 저 자신보다 당신을 더 믿어요.”
“그럼 눈을 감아.”
히페리데스의 말에 프리네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히페리데스는 최후의 변론을 시작했다.
“배심원 여러분…. 당신들 가운데 여신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그의 말에 장내는 조용해졌다.
“없군요. 그렇다면 내가 여신을 보여드리지.”
히페리데스는 프리네의 옷을 벗겨버렸다.
프리네는 비록 눈을 감고 있었으나, 몸에서 옷이 벗겨지는 느낌에 당황하여 황급히 얼굴을 가렸다.
“이것이 바로 여신이오!”
그의 행동에 배심원들은 적잖이 동요했다. 배심원단은 놀라 웅성댔다.
“아름다운 것은 선한 것입니다. 반박할 여지가 있다면 아프로디테 여신 앞에서 해 보십시오. 여기에 서 있는 이 여성은 창부입니다. 하지만 이 그리스 전역에서 이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면 데리고 와 보십시오.”
배심원단은 아무도 반박할 수 없었다.
“가장 여신에 가까운 사람이 여신 행세를 하였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입니까? 아름다움은 신성하며, 고귀하고, 고결합니다.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그 자체로 ‘선’이란 말입니다. 그녀에겐… 아니, 그녀의 아름다움에는 그만한 ‘권리’가 있고, ‘힘’이 있습니다.”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는 할까? 배심원들은 최고의 미 앞에서 모두 넋을 잃고 침묵하였다.
“이 여성이 아프로디테의 현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렇다면 감히 인간이 여신을 심판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까지 말하자 배심원들의 의견이 바뀌기 시작했다.
“무죄다!”
“무죄다! 인간의 법으로 심판할 수준의 미모가 아니다!”
“저 여인은 도덕적으로 선하다! 그녀에겐 죄가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저 아름다움 앞에서는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
결국 프리네는 무죄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