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일째 우중런, 즉 빗속에서 달리기를 하고 오는 길이다.
러닝 초반에는 날씨를 체크하고 비가 온다고 되어 있으면 무조건 휴식을 택했다. 그런데 지금은 강수량을 확인하고, 맞을 만하다 싶으면 운동복을 입고 바로 뛰쳐 나간다.
이것은 단순히 러닝에 미쳐 있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인생에 아주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여태껏 내가 가슴 속에 품어 왔던 말이 있었다. 삶이란 비가 멈추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정말 멋있는 말이라는 걸 아는데, 나는 매번 비를 맞기 싫어 그늘 밑에서 끙끙거리며 발만 동동 구르던 처지였다.
그러던 내가 우중런을 경험하게 되면서 조금씩 그 말의 의미를 체감하게 되었다. 역시 아무리 좋은 명언을 듣게 되더라도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건 다른가 보다.
나는 길을 걷다가 아주 조금의 빗방울이 나에게 톡 떨어지더라도 바로 우산을 펴는 타입이었다. 말 그대로 '비 맞기 싫어' 인간이었던 거다. 그랬던 내가 모자를 쓰지 않아 얼굴에 빗방울이 그대로 툭툭 떨어지는데도 시원하니 좋다며 달리고 있는 모습이란 정말 개인적으로 엄청난 변화인 것이다.
게다가 추위에도 나름 강한 인간이 되었다. 나는 추위에 유난히 약해서 옷이 얇아질 법한 간절기에도 발열 내의는 필수였다. 5월 말, 습해지는 요즘, 바로 어제까지도 장판을 뜨뜻하게 틀고 잤다. 그랬던 내가 쌀쌀한 날씨에도 반바지를 입고 뛰고 있다니. 스스로도 정말 놀랠 노 자였다.
비를 맞으며 40분 정도를 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밤 8시의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왜 그렇게 행복했을까? 뛰기 전에는 분명히 많은 짐을 짊어진 것만 같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보는 야경은 나를 진심으로 웃음 짓게 만들었다. 그냥, 꾸준히 러닝을 하고 있는 나도, 내가 마주하는 모든 풍경과 변화들도 다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그래서 그랬다.
러닝이 나에게 주는 소소한 변화들이 쌓여서 강한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강인한 사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 무너지더라도 금세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
그래, 비를 맞아도 그 속에서 웃으며 춤출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러닝은 정말 좋은 운동이다. 멘탈이 나약했던 나를 끝없는 자기효능감으로 안내하니까. 내가 러닝을 싫어하게 되는 날이 올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나이 들어서 슬로우조깅 강사를 할 거라고 미리 결심해 두었으니 아마 죽을 때까지 평생 달리지 않을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날을 위해 앞으로도 힘차게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