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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Oct 15. 2020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는 편지

저 그렇게 야박한 사람은 아니에요


약간 욱하는 심정으로 써 내려간 이전 글을 본 남편이 말했다.

근데 미래의 클라이언트가 볼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하소연이자 다소 비판적인(?) 글에 정말 미래의 클라이언트가 될 누군가가 ‘이 사람은 깐깐한 것 같은데, 일을 맡기지 말아야겠어’라고 생각할까 봐 우려해서 내게 한 말이었다. 항상 클라이언트가 내 마음 같지 않은 일이니, 혹시라도 나중에라도 또 상처될 일이 생길까 봐 남편은 걱정했다.

뭐 내 생각을 글로 쓸 수는 있는 거잖아.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난 어디 가서 풀라고~


이미 장황하게 써 내려간 글이 아깝기도 했고, 내가 쓴 글이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언제나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대변해주는 글이 되길 바라기도 했다. 비록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말할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남편에게 말했던 것처럼 생각을 글로 쓸 수는 있는 거니까.

나의 클라이언트들이 직접적으로 이 글을 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호옥-시나 그 글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이 글은 지금의 클라이언트와 앞으로 만나게 될 클라이언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일종의 편지글이다.





안녕하세요 클라이언트님! 저는 대학 졸업 후 디자이너로 일한 지 12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저는 그동안 그래픽 디자인 에이전시에서부터 일반 회사, 출판사까지 5군데의 다양한 회사에서 디자인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홀로 독립하여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5 년째 활동하고 있답니다.

혹시 디자인 연차에 비해 생각보다 많은(?) 회사를 거쳐온 것 같아 놀라셨나요?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그중 3군데는 회사가 망해버렸어요. 그땐 ‘이번 달엔 월급이 들어오겠지’ 하는 다소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을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덕분에 일에 대한 책임감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혹시라도 오해하실까 봐요. 저는 클라이언트님과 사전에 약속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지고 프로젝트를 마무리시킬 수 있습니다. 저 그렇게 야박한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갑자기 변동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언급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기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이잖아요. 저도 사람이니까요. 갑자기 예고 없이 무턱대고 요구하시는 것보단, 사전에 상황을 한 번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번만요. 단지 이미지 사이즈 변경하는 한 두 개가 늘어나는 게 싫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기까지 수정을 몇 번, 아니 수십 번씩 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위해 그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일을 진행할 때 특별히 수정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에요. 저는 융통성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생각보다 제가 무리한 금액을 클라이언트님에게 요구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절충안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최저가의 금액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드리기엔 저 역시 생계가 걸려있다 보니, 부득이하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라이언트가 누구보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판매되는 상품이 있다면 좋은 성적으로 판매가 되면 좋겠고, 진행하는 행사가 있다면 성황리에 행사가 잘 치러지면 좋겠어요.

그 모든 성과를 위해 저는 지금껏 그래 왔듯이 최선을 다해 일을 진행해드릴 거예요. 클라이언트가 잘 되면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저에게도 좋은 영향으로 되돌아올 거라고 저는 믿거든요. 저의 가능성을 보고 믿고 맡겨주신, 그리고 믿고 맡겨주실 모든 클라이언트님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맡겨만 주시면, 반드시 좋은 결과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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