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초 두 번째 수업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일까요? 지난 시간, 한들반 친구들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손가락 사진기에 담아오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장소가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우리는 많이 나온 순서로 세 모둠을 만들었습니다. '어울마당', '중간 마당', '복도/계단/테라스'. 이제는 말로만 좋아한다고 이야기해 본 공간을 직접 가보는 시간입니다.
어울마당을 선택한 아이들은 주로 남자아이들이었습니다. 다름 아닌 강당인데요, 마음껏 뛰어놀며 피구도 하고 축제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손가락 사진기로 친구들과 같이 뛰어노는 장면을 유난히 많이 찍었네요.
중간 마당은 디귿자로 둘러싸인 건물 아래 만들어진 외부 공간입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운동장이 상대적으로 작기에 보조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징이라면 나무와 벤치가 여기저기 놓여있다는 것. 운동장에 도착하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뜀틀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벤치 위에 눕기도 하고, 뛰어넘기도 하네요. 나무, 벤치들을 놀이 도구 삼아 노는 모습이 한없이 즐거워 보입니다. 호정이는 숨기 쉽고 그리기 쉬워서.. 좋답니다.
건물이 확장되면서 복도가 유난히 커진 은빛초. 휑하니 뚫려있는 복도 한편에 큰 낙서판이 달려있습니다. 그리기 위해 가져온 볼펜으로 벽 위에 맘껏 낙서를 합니다. 이 곳은 6학년 교실과 특별활동실 사이에 연결된 너른 복도입니다. 왜 많고 많은 복도 중에 여기가 좋냐고 물어보니, 내년에 우리가 쓸 곳이기도 해서 눈여겨봤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벌써 아이들은 학교 공간 여기저기를 세심히 살펴보며 고칠 곳을 머리 속에 조금씩 그려보고 있었던 거죠.
사진기 뒷장에 내가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를 적습니다. 한 줄을 적은 뒤에 친구들끼리 종이를 돌려가며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각자 한 줄씩 채워나갑니다. 겹치면 안 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머리를 짜내기 시작합니다. '복도는 왜 좋은 걸까?', '중간 마당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친구들이 위에 적어 둔 문장을 읽어보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행동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 여기서는 축구도 할 수 있어! 그래서 좋아!"
이렇게 열심히 적어 준 종이를 한데 모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검은 보드 판 위에 붙은 아이들의 생각들. 무수히 많은 문장. 정확히는 300개의 문장이 보드 판 위에 모였습니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며 다른 아홉 명의 친구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 장소라고 썼을까요? 교실 뒤 보드판에 붙이고 다음 시간까지 우리가 만든 생각들을 서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첫 시간은 우리가 누구인지, 두 번째 시간은 친구들이 어느 공간을 좋아하는지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학교에서 잘 쓰이지 않는 공간을 찾아오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관찰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