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초 여섯 번째 수업
지난 시간에는 교장, 교감, 교무부장님을 만나 바꿀 공간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인터뷰 결과를 공유하고 세 장소(중간마당, 테라스, 6학년 앞 복도) 중 한 장소를 선택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사이트가 정해진 후에는 실측에 돌입합니다.
지난 시간 5학년 한들반 친구들은 학교의 여러 구성원들과 우리가 바꾸고 싶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중간마당, 테라스, 6학년 앞 복도로 모둠을 나누어(10명씩)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선택한 공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1. 중간마당
중간마당은 공간이 다른 두 장소보다 큰 만큼 아이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장소였습니다. 지금은 나무와 벤치로 둘러싸인 외부공간이지요. 크게 세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① 트램펄린을 만들자
② 해먹을 만들어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③ 벤치와 나무를 없애고 잔디나 흙을 깔자
인터뷰를 거쳐 나온 주의사항과 문제점은 이랬습니다.
① 안전할 것인가
②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③ 중간마당 교체를 생각해봤지만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④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나무들을 없애면 안 된다)
⑤ 비나 눈이 내리면 사용할 수 없다
관리, 안전, 비용 문제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습니다. 트램펄린은 이용자가 제한적이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2. 테라스
테라스의 가장 큰 장점은 한들반 옆에 바로 붙어있어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역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① 테라스에 있는 딱딱한 의자를 소파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② 해먹을 설치하면 어떨까?
인터뷰를 거쳐 나온 주의사항과 문제점은 이랬습니다.
① 비 오는 날에 관리가 힘들 수 있다.
② 학교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쓸 수 없다.
③ 당장 바뀌어도 우리가 6학년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앞으로 쓰기 힘들어진다.
테라스는 규모도 작은 데다 한들반 옆에 바로 붙어있는 장점이 있지만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바꾸더라도 우리가 쓰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6학년으로 올라가게 되니까요!
3. 6학년 앞 복도
은빛초는 학교 규모가 갑자기 커지면서 다른 학교보다 넓은 복도를 갖게 된 공간이 있습니다. 특별활동실(탐구마당) 옆에 낙서판도 마찬가지입니다.
① 현재 낙서판은 나무로 되어 있어 욕설을 지울 수 없다. 화이트보드판으로 바꾸면 어떨까?
② 낙서판이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거쳐 나온 주의사항과 문제점은 이랬습니다.
① 욕설이 있어 보기 싫은 현재 낙서판을 지울 수 있는 화이트보드판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
② 화이트보드판을 만들 경우 마카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6학년 앞 복도는 반응이 가장 긍정적인 곳이었습니다. 욕설을 지울 수 있도록 화이트보드판으로 만드는데 학교 구성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무엇보다 내년에 6학년으로 진학할 우리가 쓸 수 있는 데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의견을 수렴하여 결국 우리가 바꿀 공간은 "6학년 앞 복도"로 선정되었습니다.
1. 스케일과 친해지기
드디어 바꿀 공간이 정해졌습니다! 결과물이 자칫 디자인 수업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수업의 주목적은 "참여"디자인입니다.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디자인하는 수업이었다면 지난 여섯 번의 수업이 필요가 없었겠죠. 문제를 인식하고 공간을 발견하여 선정한 공간이 내가 아닌 "우리"의 생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이것이 움직이는 창의 클래스의 가장 큰 의의였습니다.
이제는 디자인으로 풀어 볼 단계가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6학년 앞 복도라는 공간에 무엇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요? 디자인에 앞서 가장 중요한 '현장 실측'부터 해 보려고 합니다. '치수 재기'는 상당히 중요한 단계입니다. 우리의 꿈도 결국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공간 안에 들어갈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요. 치수와 친해질 수 있도록 실제 건축가들은 어떤 소지품을 들고 다니는지 공유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B 연필, 나선형 지우개, 삼각 스케일, 줄자를 보여주며 이 도구들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결국 실제로 재고 그려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들반 친구들에게는 스케일도 없고, 자도 큰 게 없습니다. 큰 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2. 자가 없을 땐 어떡하지?
줄자가 없을 땐 무엇으로 우리가 공간을 잴 수 있을까요? 바로 '몸'입니다. 손가락 길이가 몇 센티미터이고 양 팔이 몇 센티미터인지 알 수 있다면 자가 필요한데 없는 상황에서도 대략적으로 공간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겠죠? 세 명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한 뼘, 양 팔 크기가 얼마인지 확인해 주고 일단 우리 교실 크기와 책상, 의자 길이는 어느 정도 되는지 '몸자'로 재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략 5학년 한들반 친구들의 양팔 길이는 145~155 사이였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쓰는 몸에 이런 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한지 측정하는 내내 유난히도 즐거워했습니다. 특히 몸자로 측정한 우리 교실이 직사각형이 아니라 정사각형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놀라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3. 6학년 앞 복도 실측
오늘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교실을 나가 우리가 바꿀 공간을 직접 찾아가 몸자로 길이를 재 봅니다. 6학년 앞 복도가 넓기 때문에 세 모둠으로 공간을 나누어 실측을 진행했습니다.
다음 주 까지 '몸자'를 가지고 우리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재 오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6학년 복도 앞을 조금 더 자세히 재는 숙제가 있습니다. 다음 주는 디자인 컨셉을 정하고 모형으로 실제 바꾸어보는 수업을 가질 예정입니다. 점점 더 어린이 건축가로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한들반 친구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