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초 여덟 번째 수업
6회차 수업에서 바꿀 공간(6학년 앞 복도)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공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컨셉을 잡고 레고로 복도를 디자인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모형 만들기지요. 이번 시간에는 지난주 못다 한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6학년 앞 복도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훈련을 합니다.
열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교재로 레고를 준비할 때 사람 모형을 따로 구매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요, 마침 집에 있던 레고 사람을 가져온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좀 더 모형이 풍부해졌네요.
디자인이라는 건 단지 주어진 공간에 무엇을 배치할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바닥만 하더라도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느냐 신고서도 놀 수 있느냐에 따라 성격이 매우 달라집니다. 벽이나 천장도 마찬가지겠지요. 벽이 딱딱한 재질이냐 부드러운 스펀지이냐에 따라 쓰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천정과 벽을 레고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투박한 네모 블록으로 표현하기 힘든 아이디어를 종이 위에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른 명의 친구들이 각자 디자인하고 싶은 부분(바닥, 벽, 천장)을 선택하여 레고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스케치하거나 글로 적었습니다.
레고로 표현할 수 없었던 많은 생각이 그려졌습니다.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네요.
[바닥]
놀이시간에 쉴 수 있도록 벤치를 만들고 그 위에 푹신푹신한 쿠션을 둔다.
밟으면 소리가 나거나 에너지가 생산되는 바닥을 만든다.
[벽]
낙서판을 지웠다 쓸 수 있는 화이트보드판으로 바꾼다.
알록달록 그림을 그려 보기 좋게 만든다.
[천장]
모빌을 달고 멀리서 보면 하나의 그림이 되도록 꾸민다.
야광별을 설치하여 어두울 땐 별이 빛나게 한다.
두 번의 수업을 걸쳐 만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놀이시설이 왜 필요하고 어떤 행위를 6학년 복도 공간에서 펼칠 수 있는지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복도라고만 알았던 학교 공간이 사실은 도시의 길처럼 바뀔 수도 있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놀기도 하고 쉬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아닌, 서로 이야기하며 우리가 디자인한다는 '참여디자인' 수업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토의를 거친데 비해 나타난 결과물이 약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의자는 너무 평범한 의자 같고, 책상은 너무 평범한 책상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생각은 너무 훌륭한데 말이죠.
그래서 다음 시간은 레고가 아닌 다른 재료를 이용해 공간을 좀 더 창의적으로 바꿔볼 수 있는 연습을 해 보려 합니다. 학교 복도가 마치 도시 속 길처럼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디자인 수업을 통해 깨달았다면, 우리 머리 속에 하나의 목적(앉는 것, 공부하는 것)으로만 굳어져 있는 의자나 책상도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 디자인 수업은 다음 주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