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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건수 Jan 13. 2018

움직이는 창의 클래스: 도형으로 디자인하기

은빛초 아홉 번째 수업

지난 시간에는 우리의 생각을 레고로 표현해봤습니다.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결과물이 조금 아쉬웠어요. 필요한 요소를 우리가 바꿀 장소에 배치하는데 그친 느낌이었습니다. 책상은 책상, 의자는 의자, 낙서판은 그저 네모난 보드판이었지요. 그런데 책상이면서 의자이자 때로는 낙서판이 되는, 다시 말해 다양한 쓰임을 가진 무언가를 디자인할 수는 없을까요?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우리가 만들었던 레고 모형을 다시 돌아봅니다. 벤치, 소파, 의자, 미끄럼틀, 해먹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나왔지만 결국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발견하고 이리저리 놓아보는데 그쳤습니다. 레고라는 도구가 가진 한계도 분명히 있었을 테지요. 지난 시간이 무엇(What)을 디자인할지 발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었다면 이번 시간은 새로운 도구를 가지고 어떻게(How) 디자인할지 고민하기로 합니다. 일단 아이들의 생각을 열어주기 위해 조심스럽게 몇 가지 예를 보여주었습니다.


더하기 빼기


네모난 박스. 아무런 기능도 없는 이 정육면체 박스를 우리가 바꿀 공간에 놓아보겠습니다.


단지 육면체를 반복했을 뿐인데 복도에 단이 생겼네요.



물론 바닥 말고 벽에도 똑같이 쌓을 수 있겠지요.


한 면에 검정색 칠판 페인트를 발랐습니다. 육면체가 낙서판이 되는 순간입니다.


바닥에 펼친 육면체 몇 개를 빼봅니다.


단지 몇 개를 덜어냈을 뿐인데 육면체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벤치로 변했네요.



바닥처럼 벽에 있는 육면체 몇 개도 빼 보니 공간이 훨씬 흥미로워졌습니다.


육면체 몇 개를 열 수 있는 서랍처럼 꾸민다면 칠판이면서 사물함이 될 수도 있을거에요.


벽과 바닥 사이를 나누어보니 또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벽에 구멍을 뚫으니 폐쇄적이던 공간에 숨통이 트였어요.
물론 이 벽 블럭에도 칠판페인트와 서랍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벽의 모양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단지 정육면체 몇 개를 더하고 빼고 한 면을 칠하고 서랍처럼 만들었을 뿐인데 공간이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단순한 육면체 만으로도 우리가 표현하고 싶었던 의자, 벤치, 보관함, 낙서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의자가 반드시 다리가 네 개에 등받이가 있어야 하며 칠판이 반드시 지우고 쓰는 용도로만 쓰일 필요는 없지요.


그런데 도형은 육면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삼각뿔, 사다리꼴, 원기둥 등등.. 굉장히 다양합니다. 육면체 공간에 몇 개의 도형을 섞어주면 보다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도구: 자석 블록


더하고 빼며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자석 블록을 이용하여 디자인을 한 단계 끌어올려 봅니다. 지난 시간 만들었던 레고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됩니다.



완성된 블록은 도면으로 기록합니다. 도면 작성법은 따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다른 데 가서도 똑같이 만들 수 있게 종이 위에 기록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작도법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이 그려내는 도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지난주 레고와 비교해 한들반 친구들은 디자인에 훨씬 흥미를 느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공간만 약간 열어주었을 뿐인데 스스로 관심을 가지며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도면에는 다음에도 똑같이 만들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어떻게 쓰이면 좋을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실제 도면 작업에서 시방서 작성과 비슷하지요. 평면도를 한 번 경험해서인지 평면도를 그리는 친구도 있었고, 투시도를 만드는 어린이 건축가도 있었습니다.



'책상을 놓는다', '미끄럼틀을 만든다', '화이트보드를 설치한다'와 같은 문장들이 이번 수업을 거치며 '책상 아래는 책 보관함이 있고 위로 열면 책을 꺼낼 수 있는 투명 보관함' 이라든지 '뒤집으면 의자도 되고 푹신푹신한 소파도 될 수 있다.'처럼 발전했습니다. 고무적인 일이지요. 


발표



마지막으로 우리 디자인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조별로 발표했습니다. 요소 발견부터 시작한 수업이 어느새 디자인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입니다. 처음에 어색해하기만 했던 발표도 이제는 웃으며 여유 있게 하네요. 한 뼘 성장한 한들반 친구들입니다. 발표를 무사히 마친 친구들은 이제 어엿한 '어린이 건축가'가 되었습니다.



마무리 및 다음 주 수업 소개


디자인 수업은 마무리되었지만 앞으로 수업은 3주간 더 진행됩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좀 더 남았습니다. 우리가 바꿀 공간은 한들반 어린이 건축가들만 쓰는 공간이 아니지요. 학교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금까지 진행한 수업을 되새겨보고 정리하여 우리가 바꿀 공간 앞에 전시하는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물론 어린이 건축가들의 생각이 한데 담긴 최종 결과물을 3D로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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