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mashing Pumpkins - 1979
비 내리던 오후 낮잠에서 깨어난 제인은 문득, 지난여름을 돌아보게 되었다.
백미러에 반사되는 햇빛이 따가웠다. 그들은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고 있었다. 출장에서 끝까지 남아 일하다 보니 함께 차를 타게 된 것이다. 일로 만난 지 일주일 즈음 되었을까. 두 사람 사이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다. 이미 너무 피곤했고, 운전자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명분도 있었다.
"여기는..." 문득 창밖을 보던 제인이 중얼거렸다. 이천의 도로를 지날 즈음이었다.
"예전에 록페스티벌이 열리던 곳인데..." 문득 내뱉고 나서 놀랐다. 왜 지금 이런 얘기를.
로이는 가볍게 웃었다. 차 안의 플레이 리스트가 바뀌었다. 놀랍게도 학창 시절 즐겨 듣던 록음악 들이었다. 언젠가 로이가 자신은 아이돌 좋아한다며 흥얼거리던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은 지금 록음악을 함께 듣고 있는 것일까. 이상한 일이었다.
"어디 물어볼 데가 없네요." 얼마 전 제인은 새로운 팀과의 작업에 어러움을 털어놓았다. "제가 오후에 시간이 나니 도울게요." 리더인 로이는 이미 질문을 알고 있던 사람처럼 다가왔다. 그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 제인은 로이의 놀라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질문을 하면 바로 핵심을 파고드는 집중력을 가졌고 혼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콕 집어내어 제거해 주었다. 그건 성실이나 열심과는 다른 재능으로 아주 보기 드문 탁월함이었다. 하지만 마냥 감탄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똑똑하고 치밀했지만, 제인이 예상했던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때때로 사적인 견해를 덧붙일 때가 있었는데 묘하게도 조직의 선을 넘지 않았다. 관심사가 다양해서 흥미롭게 대화를 주도할 줄 알았지만 어떤 이야기이든 결국엔 일로 돌아오는 결론에 이르는 사람. 제인은 그를 지켜볼수록 무언가 떠올랐다.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주할 줄 아는 아마도 고도화된 '트랜스포머 로봇'.
그 점은 분명 몰입을 이끌었지만 한편으로 지나치게 기능적인 인간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탁월한 회사형 인간이 된 나머지 인간적인 미지의 영역을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일이 아닌 것들에는 철저히 벽을 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 방어막 뒤에는 어떤 두려움이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건 제인이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가 일에 최적화된 기능에 만족하고 있다면 남이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이미 남들 부러워하는 연봉에, 이른 승진에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긴 그와 한번 일을 해보면 놀랄 일도 아니었다. 굳이 잠깐 프로젝트에 합류한 그녀가 왜? 제인은 그렇게 호기심을 접어두곤 했다.
슬슬 차가 막히는 걸 보니 서울에 진입한 것이 틀림없다. 학창 시절 즐겨 듣던 음악을 함께 듣고 있자니, 이야기가 갑자기 쉼 없이 흘렀다. 로이는 프리랜서 생활에 대해 물었고 제인은 일상을 이야기했다.
"저는 그런 삶을 살아본 적이 없어서..." 로이는 그렇게 말했다.
제인 역시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하는 생활을... 해본 적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 오래 해본 적은 없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까. 사람이 너무 놀지 않아서 미칠 수도 있을까. 제인은 진짜 궁금한 것을 물어도 되는지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 일로 끝인 줄 알았다.
The Smashing Pumpkins - 1979
https://www.youtube.com/watch?v=4aeETEoNfOg
이 곡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으므로, 조용히 듣고만 싶다. 이 곡이 주는 인트로의 설렘을 누가 다시 줄 수 있을까. 눈에 선명히 그려지는 어떤 시절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