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is -Champane Supernova
띠링 - 핸드폰이 울린다. 나른한 오후를 깨우는 소리다.
'드디어 취소표를 구했어. 이제 가는 중이야.'
친구의 톡이다. 오아시스 공연 티켓을 당일 구해서 가는 기분이 어떤지 떠올려온다. 눈물 날 것 같다고 적었지만 농담만은 아니다. 작년부터 예매가 시작되었던가.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하나둘 문자가 온다. 티켓 구했나, 갈 거니 말 거니. 외국에서도 티켓팅을 해서 온다는 얘기도 들었다. 제법 티켓 클릭의 강자라고 자부했던 친구들도 나가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렇게 거의 1년을 헤매다가 공연 당일 티켓을 구한 것이다.
한낮에 거리에서 버스킹 멜로디가 들려온다. 행인들 몇몇이 가던 길을 멈추고 노래에 귀 기울인다.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로 기웃대며 뮤지션을 본다. 점퍼를 툭 걸치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대학생처럼 보이는 그녀의 활기 넘치는 낭랑한 목소리가 퍼져온다.
How many special people changed
How many lives living strange
얼마나 많은 특별한 사람들이 변해갈까
얼마나 많은 인생들이 이상하게 살아갈까
요즘 핫하다는 케이팝들을 다 뒤로 하고 그녀는 굳이 중년 뮤지션의 노래를 골랐을까. 고개를 갸웃하지만 발길을 뗄 수가 없다. 모르면 몰랐지 한번 들으면 끝을 봐야 하는 곡들이 있는 것이다.
그쯤은 알고 있다. 요즘 세대들과 밴드나 록음악 이야기를 꺼내기에 오아시스만큼 확실한 연결고리가 없다. 지금 세대에게 90년대라면, 아마도 내가 90년대에 느끼던 60년대 비틀스 같은 느낌인 건가. 한번 상상해 보다가 어쨌거나 오아시스가 계속 음악을 해주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조용할 날이 없던 악동 갤러거 형제들이 화해했다는 극적인 만남 이후, 팬이라면 모두가 기다려왔던 소식이다. 그래서 따로따로 말고 둘이 같이 오아시스로 서는 거야?
얼마지 않아 소문이 돌더니 결국 일이 벌어졌다. 연인의 결별 못지않았던 차가웠던 단절 후 찾아온 진짜 오아시스다.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은 못했던 그 일을 했다. 앞날은 누구도 장담 못하지만 지금은 그렇다.
그 시절 워크맨을 먼저 차지하고 있던 것은 오아시스였다. 사실 한국에서 오아시스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던 때였다. 데뷔앨범이었는데 좀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징징대는 기타 소리가 좋았다. 그러다가 친구와 음악을 바꿔 듣기로 했는데 그의 워크맨에는 블러가 있었다. 파크라이프 앨범을 처음 들었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당장 앨범을 바꾸자고 했고 우리의 워크맨의 주인공들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아시스를 버린 것은 아니다. 후에 나는 다시 오아시스 앨범들을 샀다. 물론 블러의 모든 앨범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블러이고, 다른 장르의 모든 좋다는 밴드들을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오는 고향 같은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 시절에 언론들이 부추겼던 오아시스와 블러의 전쟁은 사실 큰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오아시스를 듣는 리스너는 블러도 듣고, 블러를 듣는 리스너는 오아시스를 듣는 것이 보통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제로 갤러거 형제와 블러들이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그 노래의 시작은 늘 생각을 깨운다. '얼마나 많은 특별한 이들이 변해갈까.'
직관적이고 단순한 가사지만 이 세계에서 언제나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쉽게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삶이 채워진다. 도시 모형의 미니어처들 사이로 오가는 레고 캐릭터처럼 그것이 원래 우리의 인생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노래를 부른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서서히 복도로 걸어 나가라고 말한다.
언젠가 넌 샴페인 수퍼노바 아래서 나를 발견할 거야.
샴페인과도 같은 눈부신 초신성의 반짝거림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비춘다. 이유를 모른 채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이라고. 특별한 존재인 너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 언제나 그 노래가 묻는다.
'Live Forever'를 외치던 오아시스가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 좋다. 내키는 대로 하다가 때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지만, 적어도 억지로 하거나 척하지는 법은 없었다. 주먹을 날리다가 엉망진창이 될지언정, 눈치 보며 포장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사는 스타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Oasis -Champane Supernova
https://www.youtube.com/watch?v=tI-5uv4wryI
인트로의 잔잔한 물소리가 듣기 좋다. 후렴구의 고조되는 기타와 목소리의 여운이 혜성의 꼬리처럼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