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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지켜야 할 보물

흔들리지 않는 나를 세우는 작은 루틴

by 베러윤
ChatGPT가 어려운 질문에 완벽하게 답하는 것을 보며
나 조차도 쓸모없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얼마 전 이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면서 너무 충격적이었다. 울트먼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AI를 만든 사람조차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AI의 발전이 주는 놀라움 뒤에, 우리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과 정신적 공허함에 대해 솔직히 고백했다.


올트먼은 특히 정신 건강을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 같은 AI와 매일 대화하면서, 마치 연인처럼 의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내가 AI의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영화 HER를 꼭 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다. 영화 HER에서 주인공은 '사만다'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만나게 된다. 처음엔 단순한 비서의 역할을 했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점점 깊어지고 마침내 그는 사만다와 사랑 아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사만다는 인간이 아니었고 큰 고독과 공허 속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런 세상이 오려면 아직 멀었어. AI 하고 무슨 사랑에 빠져?'하고 웃어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사이 현실은 이미 영화 속 장면에 가까워졌다.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몇몇 사람들은 챗GPT와 하루에도 수십 번 대화하며 마치 내 마음을 다 아는 친구처럼 기대고, 때로는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나 또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일이 생기면 때론 AI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었다. 어쩌면 HER 속 주인공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AI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서글프기도 했다. 나를 가장 잘 안아주는 듯한 대화 뒤에 남는 건 인간다운 온기보다는 어딘가 텅 빈 공허였다. 그럴 때면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된다.


AI가 점점 더 발전하게 되면, 이제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얻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올까?


낯선 두려운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AI를 완전히 멀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의존하며 살 수도 없는 이 애매한 지점에서 말이다. 내가 찾은 답은 단순한다. 바로 작은 루틴으로 나를 붙잡는 것이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다운 시간'을 내 일상 속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그 반복이 나를 지켜주고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채워준다.




1. 새벽의 모닝페이지

눈을 뜨고 제일 첫 시간, 나는 펜을 든다. 눈을 뜨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내 감정을 마주한다. 바로 나만의 모닝페이지다. 작년 9월 말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300일을 넘겼다. 아무도 보지 않기에 잘 쓰려고 애쓰지 않는다. 문장이 어색하고 글이 이쁘지 않아도 괜찮다.


머릿속에 쌓여 있던 불안,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한 감정들까지, 종이에 써 내려가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의 감정들을 적어 내려 간다. 이렇게 적은 문장들을 보며 '지금 이게 내 마음의 모양이구나'하고 깨닫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안에서 또 다른 길의 단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나만의 감정과 생각을 만나는 시간. 이 시간이 쌓여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2. 매일신문 읽기

매일 새벽에 도착한 신문을 아침에 읽는 것은 나에게 또 다른 루틴이다. AI가 요약해 주는 뉴스도 편리하지만 직접 눈으로 읽고 밑줄 그은 문장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신문을 읽으며 오늘의 경제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의 변화를 읽어내며 내 일과 연결 지을 아이디어를 발견해 본다. 짧은 기사 한 줄에서, 해야 할 일들이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혹시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그때는 AI를 나만의 비서처럼 사용해 본다.


이거 잘 모르겠는데, 초등학생에게 말하는 것처럼 쉽게 설명해 줘


기획자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힘'이다. 신문 읽기는 그 힘을 길러주는 매일의 훈련이다. 세상이 어떤 속도로 변하고 있는지, 나만의 생각으로 채우는 이 시간은 AI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만의 공부다.




3. 하루 5분 글쓰기

매일 글을 쓴다. 지금 나는 네이버 블로그, 스레드에 1일 1 포스팅을 하고 있고 몇 명의 사람들과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매일 올라오는 질문에 250자 이상씩의 글을 쓴 지 150일이 지났다.


처음엔 단순히 '꾸준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내 생각과 기록을 남기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이어간다.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건, 바로 나만의 이야기다. 그래서 하루 5분 글쓰기는 더욱 소중하다. 이 글들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내가 어디를 향해 걸어왔는지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신기하게도, 이 작은 글쓰기를 통해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도 연결되었다. 글이 말을 건네고, 그 글이 새로운 사람을 데려왔다. 매일의 글이 나를 세우고, 또 누군가에게 닿아 새로운 대화와 관계를 열어주었다. 그렇게 10명의 사람들과 공저 책도 출간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족의 품에서 느끼는 안정감, 연인과 나누는 무의미한 일상 대화들, 친구들과 함께 웃을 때의 따뜻한 온기. 이런 것들은 AI가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진짜로 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진정한 관계는 상호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상대방도 나에게 영향을 주는 그 역동적인 교류 말이다.


AI는 분명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무력감과 존재의 혼란을 안겨준다. 우리가 예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빠른 답을 얻게 되었지만, 정작 마음은 더 허전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을 아닐까?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며 내 AI강의의 핵심주제기도 한 'AI시대의 인간다움'이 더 이상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AI가 효율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흔들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AI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더 인간다워져야 한다고.


-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창의적인 상상력

- 불완전함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따뜻한 마음

- 데이터로는 측정할 수 없는 공감과 위로


이런 것들이 바로 AI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보물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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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