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병원을 다니기 전, 체력이 워낙 약하고 몸이 차고 혈액순환이 안 되는 나는 3개월 이상 한약을 복용했다. 그리고 난임병원을 다니면서 이식을 앞둔 시점에서 또다시 한 달 치 한약을 달여와서 먹고 있다. 어깨 아파서 침 맞으러 갔던 한의원에서 맥을 짚어보시더니 자궁이 찬 것 같다고, 나 믿고 한 달만 먹어보자고 해서 고민하다가 그냥 긁었다. 어차피 한 달 동안 내가 대단한 것을 해서 임신 확률을 높일 수는 없을 테니.
벌써 그 약은 반 이상 소진되었고 성공적인 이식과 임신을 위해 뭐라도 더 해보고 싶어서 다시 예전에 한약을 지어주시던 한의사 선생님과 접선하여 근황을 설명드렸다. 현재 이식을 앞두고 있고, 동네 한의원에 가서 맥을 짚어보시더니 몸이 찬 것 같다고 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착상이 잘 될 수 있는 약을 혹시 지어주실 수 있냐고.
한참 내 얘기를 듣던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음, 이게 참 그런데.. 지금 상태로는 한 번에는 좀 어려울 것 같아 보입니다. 빨라야 세 번째에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기초공사부터 다시 다져야 할 것 같고요."
"아.. 그렇군요.. 세 번째요.."
"네, 솔직히 제가 더 심한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분도 운 좋게 치료해서 2번째에 시험관 이식 성공해서 임신시켜드린 경우가 있긴 한데요. 음, 그분은 나이가 젊었어요. 28살이셨어요. 솔직히 나이가 깡패인 거 아시잖아요."
"그렇죠, 네 뭐.."
"그분만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심하지는 않지만, 제가 계속 임상하면서 느끼는 건 생물학적 나이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이식에 성공하자는 기대감보다는 천천히 처음부터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시죠."
"네, 알겠습니다."
"지금 드시고 있는 한약 먹고 나서는 뭔가 변화는 있었나요?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나요?"
"아, 근데 솔직히 제가 한약에만 의존하기 싫어서 대추차도 챙겨서 마시고 족욕이나 그런 것도 하고 있어서 몸이 좀 따뜻해진 것 같긴 합니다."
"대추차요?"
"네, 대추생강차요. 그게 몸 따뜻하게 해 준다고 해서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추차 다들 먹으라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게 속을 더 긁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속 괜찮으셨나요?"
"음.. 네.. 별 탈이 없긴 했습니다만.." "가급적 대추차는 안 드셨으면 합니다. 차라리 생강차나 수정과를 드세요. 수정과는 차서 좀 그렇지만, 그래도 대추차보다는 낫습니다."
"그렇군요.. (냉동실에 대추가 한가득 있는 게 생각났다.) 알겠습니다."
솔직히 첫 술에 배부르랴, 첫 번째 이식에서 과연 성공할까? 싶기도 하면서도 내심 기대와 상상은 잔뜩 해봤다.
'1월에 한 이식이 성공하게 되면 나랑 같은 11월생이 되는 건가?'
'연초생이 좋다고는 하는데 그렇다고 일부러 이식을 실패시킬 수도 없는 거고!'
'그럼 취업은 어떻게 하지? 그냥 임신준비에만 더 박차를 가하고 재택으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볼까?'
'아, 만약에 만약에 이식이 이번에 안 될걸 대비해서 1~2월 중에 취업이 되면 좋을 텐데. 아 근데 취업보다 이식이 더 우선순위잖아!'
그간의 긍정적인 생각으로 인한 상상과 기대감이 모래성처럼 조금씩 무너질 것만 같다. 나이가 깡패인 거 나도 다 알고 내 몸이 생각보다 너무 약한 몸이라는 거 나도 잘 아는데, 그래도 될놈될 아닌가? 진짜 나 안 되나? 아니 하다못해 TV에는 무정자증 진단받은 아저씨 와이프도 임신됐다고 하는데, 내가 그렇게 하자 있는 사람일까? 내가 뭐 아직 40이 된 것도 아니고 만 나이 고작 36인데 그렇게 가능성이 희박한가? 혹시 나 겁주는 거야?
난임병원에서 나에게 그동안 부푼 꿈을 심어준 것이었을까. 회의감이 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