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다른 부서 여자 과장님이 "10층에 예쁜 여자가 있대요."라고 다른 동료에게 속삭였습니다. 옆에 있던 저는 태연하게 "아내가 왔나?"라며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 순간 짜증과 어이상실이 엘리베이터를 가득 채웠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불타는 연애시절 이야기가 주로 나옵니다. 그리고는 마치 동화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마무리를 지어버리죠. 결혼한 사람들 이야기는 맨날 지지고 볶다가 '우리 다시 시작하자'하며 또다시 Happily ever after. 저는 롤모델이 많지 않지만 좋은 남자 친구보다는 좋은 남편으로 사는 게 더 좋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 아내에게 덜 혼납니다.
대표적인 잔소리인 '오빠, 변했네'는 안 듣습니다. 지금 실수로 혼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변했다'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받는 건 억울하고 괴로운 일입니다. 결혼 전과 똑같은 수준을 기대하는 아내는 없을 겁니다. 꽃다발을 사 왔다면 한 송이로 줄이고, 벨기에 초콜릿을 사 왔다면 초코송이로 바꾸고, 아침 점심 저녁마다 ♡표시로 카톡을 날렸다면 출퇴근하면서 고생하라는 애정 표현이라도 하는 걸로 '정상참작'은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2. 동료에게 좋은 사람이 됩니다.
또래 남자 동료들에게 팔불출로 놀림감이 될 수 있지만 여성 동료와 고위 간부들에겐 '좋은 사람, 좋은 후배'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또래 남자들과 친해봐야 아내에게 혼날 일만 생긴다는 건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기에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여성 동료, 특히 기혼자들은 좋은 남편이 얼마나 귀한지 알고 있습니다. 매일 혼나는 그들의 남편도 한때는 좋은 남자 친구였으니까요. 변함없이 아내를 아끼는 남편으로 산다면 '성실하고, 세심하고, 배려하는 인성'을 갖춘 동료라고 오해(?)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사들의 입장으로 볼 때, 결혼 후에 잘 지내는 직원은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업무능력만 문제없다면 큰 걱정할 필요가 없는 후배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고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아니겠습니까.
3. 자녀에게 좋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뇌 과학자인 존 메디나 박사는 “아이를 하버드에 보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부모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집에 가서 배우자에게 잘해 주세요.”라고 대답을 한다고 합니다. 아내에게 잘하는 것으로 자녀의 학업 성적에 도움이 된다면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아닐까요?
좋은 남자 친구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기혼자들은 적어도 한때(?) 좋은 남자 친구였습니다. 그때 수준의 1/3 정도라도 노력한다면 충분한 보상이 따라온다고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