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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Mar 15. 2024

무릎 위에서

갑갑하다 느껴질 때쯤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어색한 공기를 참느라 미소는 현기증이 났다. 점심에 먹는 밥 한 덩어리가 여전히 식도 끝에 남아 있었다. 가슴을 두들기며 내리는 미소를 바라본 준혁이 말했다.


"공주임. 아침에 말한 자료 모두 수정 됐습니까?"

"데이터 하나만 수정하면 끝납니다."

"다 되면 본부장실로 가져오시죠."

"네."


발목을 절뚝거리며 따라온 수민은 끝까지 소개팅의 집착 중이었다.


"그래서. 할꺼지?"

"뭘?"

"소개팅말이야."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머리가 지끈거렸다.


"생각해볼게."


오수민. 이 거머리. 안한다고 했다간 할 때까지 조를게 분명했다.


"진짜지!"

"그래."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었지만 주먹을 꽉 쥐며 참는 미소였다.


"일단 보고부터 하자."


서둘러 데이터를 입력하고 출력버튼을 눌렀다. 프린터 앞에서 서 있는데 인쇄된 종이는 나올 생각이 없었다.


'또 걸렸네.'


한숨을 푹 쉰 미소가 복합기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기계는 해결했는데 답답한 속이 당최 해결이 안됐다. 가슴을 연신 두들겨 보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 똑똑똑.

- 들어와요.


"말씀하신 자료입니다."

"잘생기게 고쳤네."

"네?"

"소개팅남이요. 잘생겼던데."


가뜩이나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


"날짜는 잡았고? 언제 만납니까? 나도 좀 보게."


단단히 화가난 준혁이 미소를 보지도 않고 차가운 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게. 오주임이 막무가네로."

"더 조르면 하려고?"

"아뇨. 안할거에요!"


미소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그때서야 얼굴을 들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입술마져 창백했다. 질투심에 불탄 마음이 얼굴을 보자마자 사그라 들었다. 아까 제대로 먹지도 못하더니.


"그럼 다행이고. 그 대신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

"소원이요?"

"이리 와봐요."


준혁은 미소를 자신의 옆으로 불러 세웠다.


"자 여기."


준혁은 자신의 무릎을 탁탁쳤다.


"거길요? 여기 회산데요?"

"그런데요?"

"꺄!"


미소의 손을 훅 잡아당겨 자신의 무릎위 앉힌 준혁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손가락을 주물 주물 했다.


"아픕니까?"

"네. 아파요."

"여기는요."

"악. 아파요"


그리곤 서랍에서 소화제 하나를 꺼내 미소의 손에 쥐어주었다.


"자. 여기."

"이게 뭐에요."

"보면 몰라요. 소화제."

"잘 먹을게요. 그러니까. 이만."

"어딜가려고. 아직 소원 안 끝났는데?"


준혁이 미소의 입에 살짝 입을 대었다.


"진짜. 왜."

"디저트 못먹었으니까."

"구내 식당에 무슨 디저트가 있어요?"

"여깄는데."


이번엔 조금 더 깊게 입을 맞추었다. 발버둥치는 미소를 팔로 꼭 잡았다.


"소개팅 할거에요?"

"안해요."

"하기만 해봐. 지구 끝까지 쫒아갈 거니까."


미소는 얹힌 속이 서서히 뚫려가고 있었다.



작가의 말

준혁아 소개팅남이 그렇게 보고 싶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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