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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Mar 25. 2024

미소의 남자 (2)

지금 내 어깨에 머리를 비비는 공미소. 왜 나는 이 여자가 좋아진 걸까? 언제부터였을까? 준혁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신입사원 연수날로 돌아갔다. 


보통 신입사원 연수는 5일간 진행되었다. 사전교육은 이메일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후 총 5일간의 합숙을 통해 본교육을 실시하며 사후교육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연수 과정 동안 조직개발역량, 공동직무역량, 관계역량등에 대해 교육하고 마지막 날은 멘토링까지 이루어진다. 


이때 직장생활 예절에 관한 교육이나 비즈니스 스킬, 효율적인 시간관리에 대한 내용 등을 교육받게 된다. 신입사원 연수는 각자의 역량에 맞는 직무가 무엇인지 판단하여 팀장급들이 알맞게 부서에 배치해야 하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준혁은 인사팀장과 함께 이번 연수에서도 각종 강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며칠간 야근이 이어졌다. 


"한팀장. 이 자료 검토 좀 부탁해."


인사팀장이 건넨 자료는 신입사원 조별 배치도였다. 이번 신입사원들 능력이 출중하다는데 어디 어떻게 짜여있는지 준혁도 궁금했던 차였다. 


"공미소."


공채 수석이라. 쟁쟁한 후보들 중에도 단연 돋보이는 성적으로 입사한 직원이었다. 


"누군지 얼굴 좀 보고 싶네."

"누굴?"


인사팀장이 자료를 건네어받으러 준혁의 자리를 찾아왔다. 


"아, 이 친구. 이번에 수석으로 들어왔지 아마. 일 하난 야무지게 할 것 같은데."

"두고 봐야 알지."

"역시 한준혁.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지. 이 자료 이제 가져간다."


신입사원 연수 당일. 추운 날씨를 뚫고 모여든 사람들로 회사 로비는 정신없이 붐볐다. 각자 배치받은 버스에 탑승 후 연수원으로 향했다. 준혁은 자신의 차에 몸을 실었다.


'공미소. 공미소.'


얼굴 한 번 보기 힘드네. 100여 명이 넘는 신입 사원 중 수석 입사자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연수원에 가서 보면 되겠지.'


궁금한 마음을 숨긴 채 준혁은 덤덤하게 연수에 임했다. 5일간 이어지는 연수에 각 팀 팀장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지만 딱 한 사람 강철체력 준혁만이 쌩쌩했다. 


"한팀장. 보약 먹어?"

"그런 거 취급 안 하는데."

"그래서 네가 로봇이라는 소릴 듣는 거야."


준혁은 그런 말이 싫지는 않았다. 그만큼 에너지가 있다는 이야기니까. 


"너나 술부터 끊지."

"이 맛있는 걸 어떻게 끊냐? 나 옆방에서 한 잔 하고 있을 테니까 심심하면 오든가."


연일 이어지는 연수에도 팀장들은 삼삼오오 모여 밤마다 술들을 퍼부었다. 


"그럴 시간에 러닝을 1시간 더 하지."

"그래. 너 잘났다."


방을 나간 인사팀장의 말을 뒤로하고 준혁은 자료를 검토했다. 보다 보니 어느새 12시가 다 된 시각. 신입사원들은 10시부터 취침시간이었기에 소란할 일은 없었다. 옆 방 놈들의 소음은 끊이지 않았지만. 


- 띵동, 띵동.


다급한 벨소리가 울린 건 새벽 1시가 넘어서였다. 자료를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준혁이 일어났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여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누구십니까?"


불러도 대답은 없고 다시 벨은 울려댔다. 그리곤 성에 안 찼는지 문을 쿵쿵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은 준혁은 문을 열어주었다. 


"이 시간에 무슨."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 하얀 티셔츠에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젖은 티셔츠 밑으로 속옷 라인이 희미하게 비쳤다. 동그란 눈은 놀란 표정이 역력했고 검은색 추리닝 바지에 짝짝이로 신은 신발. 누가 봐도 상기된 얼굴이 그의 눈동자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신입 사원 공미소라고 합니다. 혹시 인사팀장님 방 아닌가요?"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이 자식은 오늘 같은 날 술을 쳐 먹고 난리야. 신입사원들 알면 어떻게 할라고.


"그럼 어떻게 하죠? 같이 방을 쓰는 친구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해서요."

"언제부터닙까?"

"모르겠어요. 제가 씻고 나오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공미소. 드디어 만났네. 


"신입 사원 공미소씨."

"네?"

"몇 호죠? 앞장서세요. 내가 가죠."


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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