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 시간

by 글굽는 계란빵

"너 이거 하려고 남산 온 거야?"

"몰랐어?"

"유치하다. 차은도."


어릴 때부터 은도는 여자처럼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했다. 필통 한가득 각종 필기도구를 가지고 다니며 열심히 책에 형형색색 색칠공부를 하는 놈이었다.


그때마다 샘솔은 은도를 타박하다가도 그가 가지고 있는 탐나는 필기도구를 몰래 훔쳐 주머니 속에 넣곤 했다.


은도는 그러 때마다 당황했지만, 끝까지 찾지 않았다. 아마 샘솔의 짓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간 못 말려."

"이렇게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잖아."

"그 말을 믿냐."


얼마나 간절하면 그러겠나 싶다가도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샘솔에게 은도는 조금 마음이 상했다.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하긴 본인이 졸라서 온 것이니 샘솔에게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은도는 조금 상한 마음을 자물쇠에 열쇠를 주머니에 넣으며 위로했다.


그래도 같이 와주어서 좋다고, 함께 할 수 있어 좋다고 위안을 삼았다.


남산타워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경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서 좋은 추억 하나 만들지 못했는데,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툴툴거렸던 건,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서툰 마음 때문이었다. 샘솔은 조금 긴장한 얼굴로 은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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