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굽는 계란빵 Nov 08. 2023

프롤로그

설렐 준비되셨나요?

어릴 적 크리스마스이브날 산타클로스를 기다렸던 밤을 기억하시나요? 설레어 잠 못 이루었지요. 순수한 마음이 가득 찬 어린 시절, 설레는 일이 왜 이리 많은지 작은 것에도 행복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나도 모르게 철이 들어버렸고, 어깨의 짐은 무거워져 갔습니다. 설렘도 사치라며 마음을 꽁꽁 숨겨 가슴속에 묻어두었습니다. 다행히 서른 즈음 남편을 만났고 1년 반쯤 참 설렜습니다. 제 생애 통틀어 가장 설렌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남들처럼 결혼을 하고 평범하게 아이를 낳았습니다. 어느새 나를 소개하는 이름은 워킹맘이 되었고, 아이와 가정을 돌보기에도 버거웠습니다. 그때야말로 감정은 사치였습니다. 투자, 돈, 학군 머릿속은 온통 그런 것들 뿐이었습니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잘 자랐고, 내 몸 하나 뉘일 작은 집 한 칸을 마련했습니다. 그걸로 충분할 줄 알았어요. 지금 이대로라면 참 행복하겠다고요.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채워지지 않았어요. 구멍이 점점 커져 바람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10년 뒤에도 이렇게 산다면 참 외롭겠구나. 그저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쯤 마음에 쿡 하고 들어온 소설 하나가 있었습니다.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잠 못 이루게 했지요. 


나도 이렇게 소설을 써보면 좋겠다 생각만 했고 그렇게 2년이 흘렀습니다. 설렘을 찾는 뱀파이어처럼 한 편이 끝나면 다른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꿈에서 나온 이야기가 너무나 강렬해서 소설로 써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날 바로 한글 파일을 열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줄거리, 플롯, 캐릭터 어느 것 하나 정한 것 없이 감정에 따라 썼어요. 감성이 폭발하는 날이면 조금 더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고 있을 때 설렘이 분수처럼 폭발했습니다. 주인공의 설렘은 곧 저의 설렘이었습니다.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내 소설 속 이야기로 온통 도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이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어 졌어요. 설렘은 꾹 누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주 작은 스파크를 일으키게 하고 싶었습니다. 


설레어도 괜찮아는 그런 소설입니다. 이성이 꾹꾹 누른 설렘을 꺼내 드리는 글입니다. 옛 노래를 찾아들었을 때 감성, 잊었던 첫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결혼하기 전 처음 손 잡은 날, 첫 연애 좋은 기억들만 꺼내드릴게요. 이 소설로 잠시나마 설레시길 바라며 프롤로그를 마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