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23일. 닥터 첸과 마지막 진료가 예정되어 있다. 병원에선 그동안 한국에 돌아가서 해야 할 일들을 하나 둘 알려주었었고, 오늘은 그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는 일도 겸해서 일정이 진행된다. 12시 예약이 잡혀서 오전 시간을 여유롭게 보낸 뒤 집을 나섰다.
병원을 가는 중간에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부쳤다. 열흘 전쯤 융캉제 거리를 갔다가 소품샵에서 엽서를 샀었다. 대만에 있을 때 느꼈던 것을 엽서에 적어 한국으로 보내고, 나중에 한국에서 엽서를 받아보려고 한다. 그때는 어땠을까? 나중은 어떨까? 아직 모를 일이다.
한국으로 엽서를 보낸다고 하니 5 대만달러짜리 우표 2장을 준다. 한국까지 엽서를 보내는데 10 대만달러, 한국돈으로 약 420원 정도가 되는데, 생각보다 저렴해서 조금 놀랐다.
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하니 앞서 진료를 보는 환자들이 많았고, 애니는 진료가 조금 늦을 거라 서면 미안하다고 얘기해 주었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중국 가족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다행히 오늘은 강 선생 님이 동행하셔서 말을 연결해 주셨다. 그들이 궁금하고 얘기하고 싶은 말들은 우리가 한 달 전 가졌던 생각과 말들과 같았다. 수술을 잘 되었나요? 수술 후 경과는 어떤가요?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나요? 같은 내용이다. 말은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진료 차례가 되어 닥터첸을 만났다. 그동안 애니와 웬디를 통해 아이의 경과를 알고 있던 터라 수술 부위는 간단히 확인했고, 이어서 우리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 답변을 해주었다. 여러 가지 질문이지만 결국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나요?', '우리가 유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였다. 우리는 한동안 수술 부위를 잘 관리해야 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은 없으나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진료를 마치고 우리가 준비한 선물을 닥터첸과 애니, 웬디에서 전달했다. 다행히 그들이 우리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마지막 진료를 마무리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타이베이 101빌딩 전망대로 향했다. 그동안 멀리서 보던 101빌딩의 고층에서 우리가 한달을 보낸 타이베이 시내를 보려고 했다.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곳 생활을 떠올려봤다. 약 한 달 동안 우리가 겪었던 일과 시간이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그리고 우리의 선택이 더 나은 결과로 나타내기 위해선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신경 쓰고 해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일의 중심에서 흔들리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