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동화 쓰기의 초안을 각 장면별로 나눴다면, 아이에게 보여 주고 앞으로 일기동화 쓰기를 장면별로 쓴다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 스스로 부모와 무엇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일기동화 쓰기에 더 집중하고 기다릴 것이다. 아이가 일기동화 쓰기에 익숙해지면, 장면을 나누는 것도 아이에게 맡기면 잘한다.
작은아이와 함께 일기동화의 초안을 다섯 장면을 나누었다. 이제 각 장면마다 다시 더 깊은 대화를 하면서 자세한 상황을 이끌어내면 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자녀가 이야기하는 것에 조금 과장된 부모의 반응이 필요하다. 조금 쉽게 이야기하자면, 리액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계속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우리의 목적은 동화를 잘 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녀와 함께 일기 동화를 쓰면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목적이다. 이것을 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의 마음에 뭔가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아이를 훈육하거나 가르치거나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아이 입장에서는 이 시간을 대화의 시간이 아니라 훈육이나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이 시간이 괴로워질 것이다. 아이와 대화를 하려고 만든 시간이 오히려 아이의 입을 닫아버리는 시간이 되고 만다. 아이가 이야기하는 대로 그대로 다 받아주면서 재미있게 풀어 가면 된다. 부모 생각에 주제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할 때 다시 제자리로 가도록 하는 역할만 해주면 된다.
여기까지 진행을 했다면, 매끄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일기 동화의 틀을 형성한 것이다. 아이에게 수정안을 보여주면서 다음 단계에서 섬세한 부분들을 하나씩 채워나가자고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자고 제안을 해보자. 아이들은 스스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해 온다. 들어보면, 내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발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상상력은 부모보다 아이들이 더 풍부하다.
만약 일기동화 쓰기를 처음 하는 것이면, 1단계까지만 하는 것도 좋다. 여기까지 함께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도 좋은 일기 동화가 나온다.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목적은 동화가 아니라 소통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어느 정도 익숙하게 되면, 그때 2단계로 진행해도 된다.
처음 일기 선택부터 1단계까지 매일 10분씩 대화하면 일주일에 한 편의 일기동화를 쓸 수 있다. 시간이 많이 있는 주말에는 조금 더 시간을 보내도 된다. 하지만 20-3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아이의 상태에 따라서 지루해하거나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욕심은 금물이다. 1단계까지 살 붙이기 한 원고를 읽어보면 어느 정도의 틀이 갖춰진 일기동화가 완성된다. 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1단계로 10편 정도의 일기동화를 쓰면 2단계로 넘어가도 좋다.
일기동화 쓰기의 1단계가 익숙해졌다면, 이제 각 장면의 분량을 더 늘려가고, 장면마다 알맞은 옷들은 입히는 2단계를 시작한다. 2단계부터는 부모의 기술적인 부분이 조금 필요하다. 1단계까지는 주로 아이가 중심이 되어 줄거리와 살 붙이기를 했다면, 2단계에서는 부모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
취재 글이나 인물 인터뷰를 할 때 깊이나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자의 질문이 정말 중요하다. 기자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서 취재원들이 깊이 있는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부분과 곡 필요한 부분을 살피기 위해서는 기자가 먼저 취재하는 단체나 사람에 대한 선지식과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각 언론마다 분야별 전문 기자가 있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찾아가서 취재를 하거나 인터뷰를 하게 되면, 알맹이가 없거나 수박 겉핥은 식의 글로 나올 뿐이다.
2단계에서부터는 부모가 자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깊이가 정해진다. 아이의 삶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알수록 깊이 있는 질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단계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때로는 부모가 의견을 제시해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너무 많은 의견을 내면, 아이가 선택하기 힘들기 때문에 2-3가지 의견 정도면 좋다.
1단계의 일기동화의 원고를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장면마다 보다 재미있게, 조금은 과장된 것들을 넣는 단계다. 동화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일어나지 않는 일을 집어넣거나 실제로 있지 않는 다른 인물들을 집어넣는 것도 좋다. 어떤 장면에서는 과장된 행동을 쓰거나 상황을 극대화시키는 것도 재미있다. 부모가 직접 아이에게 제시하거나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고, 선택은 아이가 직접 하도록 하면서 이야기해보자.
마지막에는 책의 부록 형식으로 작은아이와 함께 인터넷에서 사마귀에 대해서 찾았다. 사마귀에 대해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한참 동안 이야기했다. 사마귀 중에서 25cm 정도 된 것도 있고, 새까지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암컷이 알을 낳기 위해서 짝짓기를 하고 수컷을 잡아먹는다는 것도 알았다. 일기동화를 쓰는 동안 작은아이는 아기 사마귀가 엄마 사마귀를 잡아먹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사마귀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실을 알고 승하는 기겁을 했다. 남편을 먹다니!
이렇게 한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서로에 대한 생각들을 나눈다면 좋은 대화의 창을 마련하게 된다. 일기동화 쓰기가 반복되면 될 수도 서로에 대해서 보다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때 부모가 아이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부모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경청하면서 필요하다면 부모의 이야기도 하면 좋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들을 자주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가을이 되면, “아빠가 좋아하는 가을이다” 하고 말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 “이 바람, 아빠가 좋아하는 바람인데, 나도 이 바람 좋아’ 하고 말한다. 길을 가다가 화장품 가게에서 매니큐어를 보면, ‘엄마, 매니큐어 바르는 거 좋아하는데’ 생각하고, 어느 날인가는 엄마를 위해 매니큐어를 사주고 싶다고 엄마 손을 잡고 화장품 가게에 갔다. 이런 것들이 서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모만 아이에 대해서 아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도 부모에 대해서 아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