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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만졸업 12화

12. 후기

by 이진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진다 입니다.


먼저 제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후기를 얼른 작성하고 싶었지만 아직 어린 딸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쉽사리 제 개인 시간이 나지 않았는데요. 드디어 잠을 재우고, 조용히 옆 서재로 넘어와서 얼른 노트북을 켜고 조용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어떤 이야기부터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침 저작권 관련하여 브런치 내 공모전이 있어서 그와 관련된 글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리즈물로 연재물을 올리고 싶은데 현실과 소설의 그 어느 중간에서 글을 써야지 싶있고, 이러한 연재물에 대한 탐구는 제 자신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습니다. 오랫동안 그 누구한테도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로 먼저 포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내가 만약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나의 인생은 어땠을까?


나는 당시의 결정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데 후회를 정말 안 하고 있을까?

이 3가지 물음표를 중심으로 저는 제 첫 이야기 "대만졸업"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큰 난관에 부딪혔는데 이미 제가 졸업을 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것이고,

당시의 고통스럽고 고민했던 그 생생하고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이것은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과거와의 조우이기 때문에 무척이나 괴로웠습니다. 솔직히 중간에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많이 힘들어서 그만둘까도 생각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던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저 물음에 대한 답을 위해서라도 "그"를 지금 제 현실로 불러야만 이제는 진정으로 대만을 졸업하여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고민 끝에 과거 이메일함을 뒤져 보았습니다.


거진10년 만에 보내는 이메일이기 때문에 저를 이미 잊을 수도 있고, 답장이 없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그에게 이메일을 보낸다고 해서 답장이 올까 싶었지만 별 큰 기대 없이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인사도 저에 대한 어떠한 소개도 없이 당시 왜 집에 초대하려 했는지에 대한 찔막한 내용이었고 정말 순수한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가끔씩 제가 마지막에 행동을 디르게 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은 해보곤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로부터 놀랍게도 답장이 왔습니다.




그렇게 서로 이메일을 며칠간 주고받게 되었고 그중 일부 제가 보냈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에게는 중국어로 보냈기 때문에 밑에 해석을 달았습니다.


雖然已經過了這麼久,我還是突然寫了這封信,真的很抱歉。也許現在才說這些話為時已晚,但我仍然想誠實地表達自己的心情。所以就算你沒有回信,我也完全可以理解。我知道,是時候該放下了。


이미 시간이 너무 흘렀기 때문에 갑자기 이렇게 메일 보내서 정말 미안해. 말해봤자 이미 늦어서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 진심을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어. 그래서 네가 답장 없어도 괜찮아. 난 이해해. 이제는 나도 알아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我把台灣當作逃避現實的地方,當時遇見了你。

那時的我深陷憂鬱, 你給了我無微不至的照顧與陪伴,

但我卻在無意中傷害了你,我真的很抱歉。

那時的我太年輕,也太脆弱。


내가 도피처로 대만을 볼 때 당시에 너를 만났는데. 난 당시 깊이 우울했고, 네가 나를 정성껏 옆에서 챙겨주었는데, 내가 너를 많이 힘들게 한 거 같아서 정말 미안해. 내가 그때 너무 어렸고 미숙했어.


最後沒能去見你,並不是因為我不想,而是我真的沒有勇氣。但就算見了面,也許結果依然不會改變,就像你說的那樣。


내가 마지막에 너를 안 보러 간 것은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용기가 없었어. 하지만 만났어도 네가 말한 대로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回頭看這段關係,我也認為或許從一開始,我們的結局就已經註定.不論是在日本還是台灣,我都無法真正適應,可能在哪裡都一樣。


우리 관계를 돌아보면 이미 시작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 본이든 대만이든 나는 어디서든 적응 못 했을 것이고 똑같았을 거야.


儘管如此,我仍然應該放下那些不安與顧慮,全心全意珍惜和你在一起的時光。

但我卻做不到,太過愚蠢,太過動搖。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안이나 걱정은 내려놓고 너와의 시간을 온전히 소중하게 대했어야 했는데 난 그러질 못했고 아둔하고 많이 흔들렸어.


我也曾經想過,如果我是台灣人,或許一切會更簡單。這種自卑感一直存在,也曾讓我覺得,對你來說

這樣的我才可能真正成為你人生中的一部分。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만약에 내가 대만사람이었다면 모든 게 좀 더 쉽지 않았을까 해. 이러한 열등감은 늘 있었고, 너에게 있어서도 정말 너의 인생의 일부가 되었을 수도 있고 말이야.


回到韓國以後,我從未真正忘記過你。

你和你的家人曾給我難以言喻的溫暖,那份我從未在自己家庭中感受過的情感,

我一直銘記在心。謝謝你們。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널 잊은 적은 없어. 너랑 너희 가족이 나에게 준 따뜻함은 내 원가정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라 계속 마음속에 있어. 정말 고마워.


我現在在韓國過得還不錯。這些年來,我真的很努力地生活著。也許那些過去的痛苦,隨著時間慢慢淡去,留下的都是美好的回憶。


난 현재 한국에서 잘 지내. 정말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거든. 그래서 과거의 괴로움이나 그런 것들도 덤덤해졌고 좋은 추억이 되었어


我一直以為你早就把我忘了,所以當我收到你的回信時,我真的很開心。

那句「我曾深深地喜歡你,也一直覺得對不起,也謝謝你」,應該早在那個時候就對你說的,現在才說出口,真的太遲了。

無論如何,我真心祝福你,願你在台灣一切安好,身體健康,生活幸福。


난 네가 이미 나를 잊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답장이 왔을 때 기뻤어. 이미 늦었지만 지금에서야 말해. 그때 널 많이 좋아했고, 미안했고, 고마웠다고. 어찌 되었든 네가 잘 되길 바라고 대만에서 건강하고, 하는 일 다 잘 되고 행복하길 바라.


請你不要誤會,我寫這封信並不是想重新開始什麼,也絕對不是想打擾你現在的生活。

我只是覺得,這些話如果一直藏在心裡,會成為我人生中的一個遺憾。


오해는 안 했으면 해. 내 메일은 너랑 이제 와서 뭔갈 새로 시작한다거나 너의 현재 삶에 폐를 끼치고 싶은 게 아니야. 내가 계속 이 마음을 품기에는 인생에서 후회가 될 거 같아서야.






저는 이 시즌1을 연재하며 그와 이메일을 몇 번 주고받으며 비로소 홀가분하게 찝찝했던 그간의 의문점들을 다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대략적으로 간추려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에서 잘 지내고, 과거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고, 항상 네가 한국에서 행복하길 바란다고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너의 잘못이 아닌 우리가 서로 안 맞았을 뿐이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저 역시 그에게 진심으로 대만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라고 응원하는 말을 전하게 되었는데 이 말을 건네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서로 걸릴 거라곤 상상을 못 했습니다.


어쩌면 브런치 작가가 되지 않았더라면 평생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제 방식대로의 행복을 찾았고 그토록 바라던 안정적이고 편안한 가정 속에서 이쁜 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도 절대 쉽지 않았기에 앞으로 차차 이야기를 풀어 갈 예정입니다. 참고로 "그" 역시 대만에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역시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3가지 질문에 대해 답해보자면 저는 현재의 삶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며, 그 결정은 치기 어린 마음으로 내린 것이 아닌 정말 치열한 고민 끝에 도출해 낸 저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별이 결코 아름다울 순 없지만 오히려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다행이고 훗날 서로가 나이를 먹고 진심으로 행복을 바래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당시에 이런 모습은 감히 상상도 못 했으니깐요. 어쩌면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로 제 삶을 각색하며 남기는 와중에 얻은 작은 기적이자 선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2주 간의 휴식 기간을 가지고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풀고 싶습니다. 묵묵히 늘 제 옆에서 응원해 주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시즌 2는 드디어 제 배우자인 남편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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