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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 2주 산후조리원 생활

by hohoi파파

첫째는 출산한 병원에 있는 산후조리원으로 갔다. 산부인과와 연계된 산후조리원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아무래도 병원과 연계된 산후조리원이라면 혹시 모를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것 같았다. 솔직히 개원 30주년이라고 할인 행사까지 했다. 다른 산후조리원보다 저렴했으니 더는 다른 곳을 알아볼 필요가 없었다.


출산 후 산모는 약 3개월 동안 몸 회복에만 신경 써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 산모들은 2주 산후조리가 전부다. 아내도 여느 산모들처럼 산후조리원에 2주 있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한 달 쉬었으면 했다. 하지만 비용이 부담됐고 둘째부터는 첫째 때문에 2주를 다 채우지 못했다. 사실 처가댁이나 시댁에서 도와주지 않는 이상 둘째부터는 제대로 산후조리할 수 없다. 지금 생각하면 아내가 몸을 회복하는데 2주는 부족한 시간이다.

출산 전, 지인들이 산후조리원에 있는 2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쉬라고 했다. 한결같이 생각보다 2주가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그냥 쉬자. 아무리 알차고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한들 잘 먹고 잘 쉬는 것보다 못하다. 진짜 시간이 금방 가더라.


아내는 회음부 통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쉬었다. 누워서 꼼짝달싹도 못했다. 아내는 다른 산모들을 만나 육아 정보도 나누고 산후조리원에서 운영하는 배냇저고리나 이유식 만들기 수업에 참여하길 원했다. 하지만 회음부 통증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매주 수요일, 뷔페 라운지에서 먹는 점심 식사도 먹지 못했다. 아내는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진통제를 맞아가며 끙끙 앓아누워만 있었다.


아내는 산후조리원 퇴실 후에도 회음부 통증 때문에 힘들어했다. 아내는 회음부 통증에 비하면 출산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을 정도다. 집에서 매일 미지근한 물로 좌욕했지만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아내는 회음부가 속옷에 닿을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심지어 나와 살갗이 맞닿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출산할 때 수박 한 통이 나오는 느낌이라고 한다. 남편들은 가늠할 수도, 감당할 수 없는 엄마의 무게였고 고통이다.


윽! 상상만 해도 아프다.


# 산후조리원에서 시작한 아이와의 첫 교감

어느 날 문득 아내는 산후조리원 하면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궁금했다. “당신은 첫째 산후조리원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올라?” 운전하다 말고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사라지는 남편”


돌이켜 보니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아내가 있는 회복실에서 수시로 사라졌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화장실에 간다는 이유로 틈만 나면 조리원 실을 들락날락했다. 아이가 신생아실에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내에게 물 떠 온다는 핑계로, 덥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고 나갔다 왔다. 그냥 보고 싶었다.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아들이 마냥 신기했다. 눈도 못 뜨던 쭈글쭈글한 핏덩이에서 이목구비가 누가 봐도 내 아들이었다. 아이가 간호사 품에서 방긋방긋 배냇짓을 하는데 어찌 안 가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아이를 두 눈으로 직접 보니 그제야 실감했다. 나도 아빠구나.


리처드 플레처 저자 [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책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출산 직후 유대감이 좌우한다.’라고 했다.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에 있는 아이와 첫 교감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고 자주 이름 불러야, 유대감이 생기는 것이다. 신생아실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유리 너머에 새근새근 잠든 아이에게 태명이나 이름을 자주 불러보자. 자세히 보고 자주 봐야 사랑스럽다.


# 수유 콜은 과감히 거절하세요

어느 날 아내는 산후조리하기 위해 간 곳인데 산후조리는커녕 쉬지 못했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만약 둘째를 낳으면 수유 콜이 오는 대로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첫째 때 수유 콜을 마다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부르는 대로 갔다. 수유 콜은 한두 시간마다 울린다. 이제 좀 누워서 쉬려고 하면 수유 콜 벨 소리가 조리원 실에 울렸다. 특히 아내는 밤늦게까지 울려대는 수유 콜을 받느라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아내의 얼굴이 점점 수척해졌다. 회복이 덜 된 상태에 수유 콜을 오는 대로 받으니 쉬지 못하고 피곤이 쌓인 것이다. 쳇바퀴 돌 듯 수유와 유축을 반복하며 2주를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는 수유실에 가지 않으면 아이에게 미안하고 죄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은 그냥 쉬면 안 돼?” 걱정하는 내게 “모유 수유는 당연히 엄마가 해야 하는 거 아냐?” 되물었다. 모유가 많이 나와 되레 다행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아내는 엄마 노릇에 최선을 다했다. 지금 생각하면 산후조리원실에서 요령 피우는 것에, 일찍 단유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 가질 필요 없었다. 초유를 먹이고 완모 한 아이가 더 잘 자라는 것도 아니다. 일찍 단유 했다고 아이에게 죄짓는 것도 아니고, 잘못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매번 수유 콜을 받지 않아도 된다. 수유 콜을 거절해도 괜찮다. 어차피 산후조리원 생활이 끝나면 하기 싫어도 당분간 유축과 수유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집에 돌아오기까지 산후조리원에서의 엄마 노릇은 미루자. 엄마 노릇보다 아내의 몸 회복이 먼저다. 다시 말하지만, 2주 산후조리원 생활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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