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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Jun 24. 2024

나를 읽어요

화가 났어요

난 말이 많은 편이죠

내팽겨쳐진 나를 따지려

당신께 가려는 말을 당신의 입술이 막아서요

비로소 내가 할 말을 대신해요

어둠은 소나기이길 

장마가 암막처럼 드리워져

고스란히 빛을 잃어가요

화가 나요 

겁이 많아 침묵하고 웅크린 날

당신의 눈은 남은 빛을 읽고

떠는 어깨를 안고는 쓰다듬으며

나를 읽어가요

나의 책장은 얇아요

당신의 손은 거칠죠

침도 바르지 말고 조심스레 넘겨줘요

쉼표 하나도 놓치지 말고

부드럽게 안아줘요

당신은 모든 것으로 나를 읽어요

내가 말할 수 없는 깊은 곳까지

당신의 눈빛으로 채워줘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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