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쓰러질 것이다
한스럽게 우는 새는 그리 말한다
비명도 지를 수 없다
뿌리의 젖을 빨지 않는 낯선 가지들이
어디선가 자라나 뒤엉켜 목을 조르고 있다
괴사한 시간의 기억은 이미 떨구었고
치매처럼 말라 부스럭대다 사라진다
여윈 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가지를 치고 있는 그녀의 위선을
우리는 묵묵히 감상하고 있다
우릴 볼 수 없는 밤이 좋았다
숨을 떨구는 모습을 감출 수 있으니
푸른 바다의 고래가 되기를 제안했던
여름의 뜨겁던 구애가 그리워서
이제는 발을 담그기도 시린 푸른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유영을 흉내냈던
그림자의 춤사위가 좋았다 그리웠다
우리는 틀렸다
밤을 휘젓는 팔에 엉켜 그 목을 휘감은 줄은
까악 까악 거슬리는 울음이
강제한 질식을 풀기 위한 비명이었음을
우리는 오해했었다
마음 상한 그녀가 곧 떠난단다
아침을 등지고 둥지만 두고 갔다
그림자만 남은 밤이 종일 이어진다
나무가 쓰러진다 남은 숨이 둥지에서 날아간다
어디도 무엇도 없다
그림자만 그러고 섰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