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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Jul 01. 2024

빈 둥지

나무는 쓰러질 것이다

한스럽게 우는 새는 그리 말한다

비명도 지를 수 없다

뿌리의 젖을 빨지 않는 낯선 가지들이

어디선가 자라나 뒤엉켜 목을 조르고 있다

괴사한 시간의 기억은 이미 떨구었고

치매처럼 말라 부스럭대다 사라진다

여윈 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가지를 치고 있는 그녀의 위선을

우리는 묵묵히 감상하고 있다


우릴 볼 수 없는 밤이 좋았다

숨을 떨구는 모습을 감출 수 있으니

푸른 바다의 고래가 되기를 제안했던

여름의 뜨겁던 구애가 그리워서

이제는 발을 담그기도 시린 푸른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유영을 흉내냈던

그림자의 춤사위가 좋았다 그리웠다


우리는 틀렸다

밤을 휘젓는 팔에 엉켜 그 목을 휘감은 줄은

까악 까악 거슬리는 울음이

강제한 질식을 풀기 위한 비명이었음을

우리는 오해했었다


마음 상한 그녀가 곧 떠난단다

아침을 등지고 둥지만 두고 갔다

그림자만 남은 밤이 종일 이어진다

나무가 쓰러진다 남은 숨이 둥지에서 날아간다

어디도 무엇도 없다

그림자만 그러 섰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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