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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Apr 02. 2018

포즈가 아닌 사람을 가르쳐라!

"포즈가 아닌 사람을 가르쳐라."는 말은 요가포즈를 취할 때 팔은 어디에 가 있어야 하며, 이 포즈는 어떤 근육을 건강하게 하며 어디를 스트레치 하는가에 대한 지식과 이해에 포커스를 두기보다는, 사람들의 몸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의식을 집중하여 자신에게 가장 안전한 요가포즈를 취하도록  가르치는것을 기본으로 한다.  


다른 선생들이 요가 포즈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수업 시퀀스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가 궁금하여 요가 수업에 가 보면 많은 요가 선생들이 앞자리에 앉아서 "나를 따라 하세요." 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인 모습인 거 같다. 학생들이 자신을 잘 따라 할 거라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물론 나 역시 새로 온 학생이 많은 경우에는 이런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선생은 자신이 정확한 포즈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포즈를 잘 취하고 있는지 조차 쳐다볼 여유가 없다. 특히 빈야사 플로(Vinyasa Flow)가 빠르게 진행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범적인 포즈를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이 포즈를 정확하게 취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유니크한 몸과 이슈를 가지고 오는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아는 것도  선생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내 학생 중에 카니(Connie)는 큰 키에 긴 다리, 마른 체형을 가진 65세 미모의 여자이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난 후 요가원 로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내가 앉자마자 젊었을 때 모델이었느냐고 물으니 뜻밖에 그녀는 발레리나였다고 답을 하였다.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했고 유명 발레단에서 발레리나로 활동을 했다고 했다. 15년 전에 은퇴를 했고, 건강을 위해 요가를 시작한 지는 6년 정도 되었단다. 그동안 여러 명의 요가 선생을 만나 다양한 요가를 배웠다고 한다. 처음 요가를 배우러 요가원에 갔을 때 그녀는 요가 선생으로부터 바깥으로 향해 벌어진 V 자형의 두 발의 발가락을 지속적으로 요가 매트와 평행되게 맞추라는 요구를 들었단다. 수년 동안 그녀는 바깥을 향하고 있는 발가락들을 반듯하게 정렬하기 위해 서있을 때나 걸을 때 팔자로 걷지 않기 위해 뇌와 근육을 재훈련해야 했다. 그런 경험들을 하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리하게 발을 나란하게 하기 위해 애쓴다면 무릎이 아프게 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실제 무릎 통증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골반, 무릎과 정강이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발레를 해서 발이 팔자 모양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그녀의 골반과 정강이 뼈가 원래부터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다( very externally rotated)는 얘기를 의사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녀가 발레를 잘 했던 것이다. 자신의 몸 구조를 알게 된 그녀는 몸의 표준 기준을 가지고 뼈나 근육의 정렬에 집중하고 신경 쓰는 요가 선생의 수업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을 덧붙였다.  


나는 카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포즈가 아닌 사람을 가르쳐라."( Teach People, Not Posture.)"폼보다는 기능을 중시하라.(Function over Form.)의 비니 요가(ViniYoga)의 기본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요가 강사 자격증 반에서는 몸의 구조와 관절의 이름 그리고 관절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배우지만 마치 지문(Fingerprint)과 같이 우리 각자의 골격이 개인마다 달라서 우리가 삼각자세(Triangle pose)를 똑같이 취하고 있지만 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가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는다. 전통 요가에서 보이는 뼈나 근육의 정확한 정렬(Alignment)은 어떤 특정한 몸의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자세를 보여주는 게 대부분으로 각자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가 완벽하게 자세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더 열심히 안 해서, 혹은 잘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자세를 완벽하게 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마음이 좀 편안해질 것이다. 학생이 할 수 없는 포즈를 선생이 계속해서 해내기를 요구한다면 학생은 다치기를 각오해야 할 것이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요가 선생들은 각자의 유니크한 몸을 가진 학생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자신의 몸에 맞게 포즈를 취하고, 어떻게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몸에 집중할 것인가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Not every body can do every pose in yoga!  (요가에서 모든 사람이 모든 포즈를 다 잘할 수 없다.)

But this does not mean that every pose in yoga is dangerous for everybody.

(그렇다고  모든 요가 포즈가 모든 사람에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




많은 훌륭한 요가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쉬운 포즈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척추를 강하고 유연하게 해야 하고 척추와 뼈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막(Fascia)과 인대(Ligament)에 적당한 자극을 주고 스트레치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요가의 모든 자세를 두루두루 함으로써 신체의 각 부분,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건강하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선생들도 고급 단계의 포즈(Advanced pose)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만 이 포즈가 어떤 특정한 학생들에게 맞지 않을 경우에는 포즈를 변형하고, 학생이 가지고 있는 신체 이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단되면 과감히 그 포즈를 시퀀스에서 없애 버리는 것이 일반 요가 선생과 다른 점이라 하겠다.


비둘기 자세를 예로 들어보자.

사진 출처https://www.elephantjournal.comsㅡ

이 자세는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천장관절(SI joint)에 무리를 주고 무릎인대를 지나치게 스트레치 함으로써 자주 하게 되면 머지않아 천골(Sacrum)과 무릎(Knee)에 통증을 가져오는 그야말로 요가 부상을 야기하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련생이 이 포즈를 취하는 동안 아무 문제를 느끼고 있지 않다면 그녀에게는 위험한 자세가 아니라 오히려 골반 관절에 건강한 스트레스(Stress)를 주는 좋은 자세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보통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형태의 골반을 타고 난 사람인 경우에 해당하는데,  아무리 몸의 구조가 포즈를 만들어내기에 완벽하다 하더라도 수련자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세를 취할 때마다 의식을 골반과 무릎으로 가져와 어떤 통증(Pain)이나 불편함(Discomfort)이 없는지를 깊이 살피고 느끼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발이 팔자로 벌어지는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비둘기 자세를 취할 수 있지만 발이 안으로 들어오는 안짱다리인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자세이며 지나친 푸시(Push)는 요가 부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타이트(Tight)한 골반 근육을 가진 사람들(Hypomobility)에게 비둘기 자세는 골반 관절을 느슨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므로 의사가 추천하는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꾸준히 점차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며 수련을 하는 것이 좋다. 한편 지나치게 느슨한 인대와 관절을 타고난 사람들(Hypermobility)은 비둘기 포즈를 통해 골반을 과도하게 스트레치 하기보다는 오히려 관절을 조이고(Tighten) 근육을 강화(Strengthen)하는 포즈를 골라 수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도 나는 요가를 가르치며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다.

(1) What is this pose for?(무엇을 위한 포즈인가?)

(2) What are we trying to do here? What area of my body am I trying to target right now?

( 이 자세는 우리 몸의 어느 부분을 타깃으로 하는 거지?)

(3) Does it matter what it looks like?( 포즈의 모양새가 중요한가?)


비니 요가(ViniYoga)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나는 완벽한 포즈를 만들어내고 정확한 몸의 정렬을 가르치기보다는 포즈에서 어느 근육이 작용하는가에 의식을 가져가고, 또한 어떻게 보이는가 보다는 좀 더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When holding a yoga posture, keep the mind focused on where you feel and experience sensations.)


발레리나가 자신을 표현한다기보다는 발레 안무가 (Choreographer)의 예술적 비전(Artistic Vision)에 따라 짜인 각본대로 연출해 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면 요가 학생은 요가 선생이 요구하는대로 아름답고 완벽한 포즈를 완성해 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며 몸의 발란스 회복을 위해 수련을 해야 하는 것이 발레리나와 다른 점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요가 선생은 내 몸과 마음을 알아가는 긴 여정에서 가장 좋은 도구(Best Tool)로 도움을 주는 안내자(Guide)이자 조력자(Supporter)이지 내 몸을 바꾸고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내 포즈를 지적하고 수정함으로써 무대에서 아름다운 포즈를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요가 안무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


 




요가 선생이자 작가인 Jay Fields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날씬한 몸매를 보여주는 걸 즐기고, 수업 중에 좋은 브랜드의 요가 옷을 입음으로써 패션모델, 브랜드 광고자 역할을 하는 젊은 요가 선생들이 많아짐을 걱정하면서 이는 진정 가르침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인기와 관심을 얻으려는데서 기인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그녀는 "내가 요가 선생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How do I help others?)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진정한 내가 될 것인가?"(How do I be me in a way that's real?)에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개인 성장 (Personal Growth) 만이 "포즈가 아닌 사람을 가르치는 선생"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럼,   "포즈가 아닌 사람을 가르쳐라."를 수업 중에 어떻게 적용할지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학생들을 진정 사랑하고 존중한다.

선생이 학생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선생에게 배우려고(Learn), 건강함을 되찾기 위해(Heal) 바쁜 스케줄을 뒤로하고 당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만약 선생이 그들의 시간, 몸의 발란스 회복, 수련에 대한 의지 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건 학생들에게 제대로 서비스하지 않은 것과 같다. 수업 때마다 항상 학생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누구에게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들이 그 사랑을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학생들의 정보를 얻는 시간을 만든다.

수업 전, 후에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병력(Health History)과 건강 이슈에 대한 정보를 듣는다.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정보는 수업 중 포즈를 선택하고 변형된 포즈를 가르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선생이 학생 개개인에게 진정 관심이 있고 자신을 돌봐주는 느낌이 든다면 학생들은 결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자신의 전문성(Expertise)과 약점(Vulnerability)을 같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과 좀 더 가까운 인간관계는 선생이 자신의 마음을 오픈하고 약점을 보였을 때 연결(Connection)된다. 예를 들어 요가원에 올 때마다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학생이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허심탄회하게 들려준다. 어깨 통증을 없애기 위해 어깨 근육을 강화도 해보고 스트레치도 해 봤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침대에 엎드려 큰 소리로 엉엉 울며 눈물 콧물 범벅된 채로 쓰러져서는 침을 질질 흘릴 정도로 깊은 잠을 자고 나니 어깨 통증이 사라지더라. 그러고 나서 느껴보니 자신이 미래 불안감 때문에 매우 두려워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등의 자신의 개인사를 얘기했을 때 학생은 매우 공감하고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렇다!  자신의 취약함은 티칭(Teaching)과 수련(Practice)을 통해 나를 발견함으로써 진정 내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용기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요가 선생의 전문성이라 함은 단순히 포즈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명상, 독서, 현재 삶 즐기기, 평화로운 마음 갖기, 자기 계발하고 성장 하기, 관계 좋게 하기 등을 통해서 표현되는 요가 지식과 지혜 그리고 말과 행동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 좋은 선생이라 함은 이런 자신의 취약함과 전문성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사람이며 학생과의 깊은 유대관계(Deep connection)를 통해 얻어지는 신뢰(Trust)와 허용(Acceptance)은 상호 간에 WIN-WIN 을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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