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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Mar 09. 2018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관계를 좋게할 수는 있다.

어제는 내가 일하는 웰빙 센터(Well-Being Center)에서 요가 선생들이 모여 스태프 미팅(staff meeting)을 매니저와 갖았다. 어떻게 하면 많은 학생들을 요가 수업에 오게 할 것인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가의 주제를 가지고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mg)을 하였다. 한 시간 동안 여러 얘기들이 오가면서 다양한 제안들이 나왔는데 그중의 하나가 다른 스타일의 요가 수업이 다른 시간, 다른 요일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많은 학생들이 모르고 요가는 다 같다고 생각해서 한 수업에만 참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므로 각자 요가 선생의 프로필과 자신이 가르치는 요가 스타일의  특징을 회원들에게 보내는 E뉴스레터에 업로드해서 광고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회의가 끝나자 요가 선생들이 오랜만에 모였으므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각자 자신의 수업 경험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1) 비니 요가 선생인 안젤라(Angela)는 어느 날 학생이 수업 전에 다가와 뭔가 불편한 얼굴로 아이엥가 요가 (Iyengar Yoga) 스타일로 수업을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녀는 모든 학생들을 기쁘게 해줘야 하겠다는 사명감에 자신이 잘 모르는 아이엥가 스타일을 접목하여 시퀀스가 뒤죽박죽 된 자신도 만족스럽지 않은, 찜찜한 요가를 한 시간 가르치게 되었다. 뭔가 정돈되지 않은 한 시간의 수업을 마치자 그 학생이 아까보다 더 불편한 얼굴로 다가와 조용히 하는 말이 " 혹시 나에게 맞는 다른 선생 소개해 줄 수 있나요?( Can you recommend anyone else?)" 했다 한다.

(2) 남자 요가 선생 로이(Roy)는 한 학생이 다가와 지난 시간에 로이와 함께 한 수업이 너무 힘들어서 지금도 허리가 아프고, 포워드 밴드 (Forward bend)를 할 때는 약간 구역질이 날 것 같았으며,  호흡운동(Breathing practice)을 할 때는 머리 어지럼증까지 느꼈다고 하는 수업 피드백을 (Feedback) 들었다. 로이는 아차! 하는 생각에 수업 강도를 확 낮춰서 비기닝 클래스 (Beginning class)로 수업 형태를 바꿨다. 3주가 지나자 계속 오던 학생 중 6 명이 사라졌다. 그들은 수업의 강도가 갑자기 낮아지자 다른 수업을 찾아간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안젤라(Angela)는 자신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I can not be everything for everybody.) 마침내 그 학생이 자신의 기대감과 감정적 불편함을 선생에게 풀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로이(Roy)는 요가 티칭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선생으로 자신이 수업을 잘해야겠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이(Fear)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기 수업에 오는 모든 학생들이 부정적인 요가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수업 형태를 비기닝 클래스로 바꿨는데 결과는 오히려 자신의 의도와 반대로 나타났다고 고백했다.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의 피드백은 때때로 그동안 선생이 가르쳤던 티칭 스타일과 감정을 혼란시키고 공격을 하기도 한다. "태양 경배 자세를 더 해달라."(More Sunsalutation.) "설명을 더 많이 해달라, 혹은 적게 해달라."(More talking, or less talking) "요가매트 방향을 바꾸는 게 좋겠다."(Arrange the room differently), 빈야사(Vinyasa) 스타일의 빠른 플로우(flow) 동작들을 해달라 혹은 좀 더 천천히 해달라 등등.... 그래, 좋아!! 더 좋은 수업을 위해서라면 다 해 줄게.. 하면서  A도 받아들이고  B도, 또 C도 받아들이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사라지고 전혀 다른 수업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에서는 맛있는 햄버거만 팔아야지 손님이 스시(Sushi)를 좋아한다고 스시를 끼어 판다면  오늘 날 맥도날드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나 자신이 아닐 때는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처럼 어색하고 실망되고 불편하고 짜증 나고 싫은 감정에 쌓이게 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그래서 크리슈나 마차르야(Krishnamacharya)는 "네가 수련한 것을 가르치고 네가 가르친 것을 수련하라."(Teach what you practice, Practice what you teach.) 고 하며 자기가 제일 잘 하는 것 즉 전문성을 가지고 가르칠 것을 강조하였다.

또 다른 예가 있다. 같은 요가학교 졸업생 중 케런(Karen)의 이야기다. 그녀가 가르치고 있는 수업의 학생 중 매우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조용히 가기는커녕 케런과 학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수업에 대해 트집을 잡으며 낮은 수업평가를 해댔다. 이런 지속적인 부정적 에너지가 케런의 마음을 뒤흔들어버려 결국 케런은 요가원을 떠나야 했고 매사에 예민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기억해야 할 일들을 자꾸 잊어버리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요가 선생들은 학생들의 긍정적, 부정적 에너지에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으로 쉽게 영향받기도 하며,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가 나에게 전이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때로 학생의 불평이나 불만은 내 수업과 관계없는 학생 자신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내 의도의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을.. Don't try to please everyone. Because I can't.  


 그러나 아직도 학생이나 관리자의 피드백이 약간 신경이 쓰이고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이 걱정된다면 더욱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내적, 외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 하는 수업에서 자신감이 넘치고 자신의 수업에 확신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문한다. 이 학생은 진정 합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가(Is the request reasonable)?





진정한 요가 선생이라면 학생들을 잘 보살필 수 있어야 한다. 어찌 보면 요가 선생은 힐러(Healer) 역할로서 학생들의 신체적 이슈 해결에 도움을 주고 학생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나 역시"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요가 선생으로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 중의 하나로 오래전에 마인드풀 러빙(Mindful Loving)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다. 정신치료사(paychotherapist)이자 심리 상담사(Mental Counselor)인 페기(Peggy)가 주최한 워크숍이었다. "어떻게 하면 마인드풀 훈련을 통해 인간관계를 좋게 개선할 것인가?"를 다루는 내용으로 강의와 디스커션(Discussion)으로 진행이 되었다. 여기에서 배운 내용을 요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때를 비롯,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하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 여러분과 잠깐 공유하고자 한다. 앞에서 열거한 안젤라, 로이, 케런 등이 이 스킬(Skill)을 미리 알았더라면 학생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대처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신의 가족관계, 친구, 직장 동료, 상사 등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인간관계에 활용할 수 있는 이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그러나 나는 심리치료나 대인관계 분야에서 공부한 전문가가 아니고 그저 상황을 설정하여 내 경험을 공유할 뿐이니 그냥 참고만 하기 바란다.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할 세 가지 기본 스킬(Essential Skill)은 다음과 같다.

 1) Mindfulness(마음 챙김)  2) Empathy(공감능력) 3) Boundaries (경계선 지키기)


내 경험을 예로 들어 보겠다. 내가 오래전에 이른 새벽, 주로 퇴직한 60대 후반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몸이 아직 풀리지 않은 새벽 수업이고, 나이를 고려하여 아주 Gentle 한 포즈들로 구성한 비니 요가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며칠 후 수업의 강도를 높이고, 전에 가르쳤던 선생이 하던 대로 빠른 움직임의 빈야사 스타일 요가를 가르쳐달라는 호된 피드백을 들었다. 오랫동안 자신들이 해 오던 스타일의 요가를 고집하며 다른 요가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못마땅해했던 것이다. 처음에 이 피드백을 들었을 때는 나를 거부하는 걸로 판단이 되어 많이 당황하고 이해하기가 힘들었으나 계속적인 명상을 하면서 그 피드백을 판단 없이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Mindfulness) 학생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요가에 적응이 안되고, 선생이 자신들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것 같아 못마땅할 수도 있겠구나... (Empathy) 하는 생각이 들어 일단 학생들의 요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다. 처음 몇 달 동안 비니 요가 스타일을 버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빠른 움직임의 빈야사 스타일의 요가를 기분 좋게,  나 역시 즐기면서 가르쳤다. 그러나 내 전문성의 바운더리를 결코  무너뜨리지는 않았다. (Boundaries) 시간이 흘러 그들이 나를 신뢰하고 좋아하게 되었을 때 나는 학생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가운데 서서히 비니 요가 스타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학생들은 비니 요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됐고 비니 요가 수업받는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하며 만족해한다.


앞에서 언급이 됐던 로이(Roy)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한 학생이 선생에게 수업의 강도가 세서 따라 하기가 힘들다고 불평을 했다 하자. 로이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시 속으로 호흡을 크게 들이쉬고 내 쉰다. 그런 후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옳다, 그르다 판단 없이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최대한 집중하여 아주 객관적으로 듣는다.(Mindfulness, Mindful listening) 그리고 학생의 불편한 마음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최대한 공감을 표한다. 허리가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고 심지어 구역질까지 날 뻔했다니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지금은 괜찮은지 묻고 아직도 많이 불편하다면 선생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뭔지를 물어본다. (Empathy) 학생이 옳다꾸나 하고 수업의 강도를 낮춰달라 얘기하면 전문 강사로서의 영역을 지키며 몇 가지 옵션을 제기한다.(Boundaries)

(1) 자신의 수업 구성은 Intermediate level 2 (중급 레벨 2)로 중급자 수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므로 너무 어렵다 생각되면 Gentle yoga를 하는 다른 수업을 소개해 주겠다.

(2) 그래도 이 수업에 오고 싶다면 내가 수업 중 변형된 요가 동작(Modified yoga poses)들을 제시해 줄 테니 자신의 몸에 맞게 포즈를 취하면서 조금씩 천천히 수련을 해보는 게 어떻겠니? 내가 앞으로 너에게 계속 관심을 갖고 너에게 맞는 포즈를 보여주겠다. 그럼, 괜찮겠니?




일상생활에 적용을 한 번 해 보자.

맞벌이 부부로서 전문직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은하 씨는 일하고 돌아오니 부엌에 설거지는 산더미인데 일찍 온 남편은 신문을 보고 있고, 거실에 애들이 장난감을 몽땅 꺼내서 노는데 발 디딜 틈 없이 어질러져 있다. 이때 은하 씨는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보며 남편에게 화난 목소리로 소리 지르며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냐, 이 상황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냐, 왜 내가 다 해야 하는 거냐.."등등의 해결되지 않는 반복되는 컴플레인을 하는 대신 호흡을 깊게 하며 있는 상황을 아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흠.. 설거지가 많이 쌓여있군.. 거실은 장난감이 많이 어질러져 있고 남편은 신문을 보고 있어...'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살핀다. (Mindfulness, Mindful awareness). 자신의 감정이 화남인지, 절망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낙담인지, 무력감인지  등등... 그리고 속으로 말한다. '아, 이 상황에서 나는 화가 나는구나..' 다시 호흡을 몇 번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게 뭐지?'  싸우는 게 답이 아니고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그러고 나서 남편의 감정을 읽는다. 화가 나고 짜증 난 순간의 감정에서 벗어나 정돈된 목소리로 다가가 말한다. "오빠, 오늘 힘들었나 보구나.... 오늘 하루 어땠어? 신문에 뭐 재미난 거 있어?" (Empathy)  잠시 얘기를 나눈 후에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끌어가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생각한다.

 I message 화법으로 말을 한다." 내가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이 상황을 보면 나만 너무 일을 많이 하고 공평하지 않는 거 같아 화가 나. 그래서 오빠가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어." 하고 말을 시작한다. 부부로서의 역할 분담과 아내도 쉴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바운더리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요구 조건을 얘기하고 협상을 시작한다. (Boundaries)

 설거지는 하루씩 번갈아가며 하자든가 혹은 일찍 온 사람이 설거지하면 늦게 오는 사람은 애들을 씻긴다든가... 뭐든지 원하는 대로... 절대 화내지 않고 협상을 한다.

 



 명상이란 의식을 현재 이 자리, 이 순간으로 가져와서 집중하며 깨어있는 훈련이므로 꾸준히 명상을 해 오던 사람이라면 mindfulness를 적용하고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아직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와 훈련이 필요할 수 있다. 명상은 산란하고 혼란스럽고 둔한(Dull) 마음을 명확하고(Clear mind), 안정되며 깨어있는 마음으로 바꿔줌으로써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확신에 차고 현명한 결정(Wise decision)을 내리는 걸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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