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프레임워크(framework: 문제 해결을 위해 미리 구조화해 놓은 것)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저의 경험 상 가장 직관적이고 유용하게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는 비즈니스의 흐름, 순서를 단계별로 누락 없이 볼 수 있는 '비즈니스 시스템'입니다.
특히 이커머스에서 잠재고객이 서비스에 유입된 이후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에 이르는 전체 경험을 표현하는 비즈니스 시스템을 '고객구매여정(Customer Purchase Journey)'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전체 흐름을 보면 고객의 서비스 경험을 처음부터 쭉 따라가면서 빠짐없이 분석하고 문제를 확인해서 해결책을 낼 수 있어요.
비즈니스의 목적이자 목표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구매] 단계는 고객구매여정의 마지막 단계로, 서비스에 유입된 고객이 [구매] 이전의 단계들에서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 나갔을 때에야 이뤄지게 되죠. 즉, 매출은 이전 단계들의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매출이 감소했다"는 문제를 제대로,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구매여정 분석을 통해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그럼 고객구매여정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활용해야 이 '진짜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볼까요?
비즈니스의 특성이나 분석 목적에 따라 각 단계는 유동적으로 추가 혹은 생략할 수 있지만 주로 사용하는 이커머스의 고객구매여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쇼핑 앱에 들어갔을 때 내가 어떤 순서로 행동하는지를 생각하면서 본인만의 구매여정을 직접 한 번 그려보셔도 좋아요. 그런 상상이 우리 고객들을 더욱 잘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처음에 이 도식만 봐서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어요. 고객들이 실제로 서비스 내에서 행동하는 내용과 고객구매여정의 각 단계를 연결 지어서 한 번 생각해 볼게요.
1. 고객 행동과 구매여정 단계
이렇게 고객 한 명 한 명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고객구매여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업무를 할 때는 이처럼 고객들이 지금 이 순간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볼 수가 없죠. 고객이 뭘 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어도 우리에게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고객구매여정의 각 단계에서 발생한 데이터들이 모두 저장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잘 이동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단계에서 계속 이탈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각 데이터를 이전 기간과 비교함으로써 어떤 변화가 보이는지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2. 고객구매여정 주요 데이터
(1) DAU/MAU
고객들이 앱 또는 웹을 통해 서비스에 접속하면, 방문한 고객 수가 집계됩니다. 하루에 방문한 고객 수를 DAU(Daily Active Users), 한 달 동안 방문한 고객 수를 MAU(Monthly Active Users)라고 하는데요. 보통 하루나 한 달 등 집계기간에 특정 고객이 여러 번 방문했다면 중복 방문은 계산하지 않고 순고객수를 기준으로 집계합니다. 특히 MAU 지표는 서비스의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지, 즉 서비스의 성장성을 확인하고 경쟁 서비스와 비교하는 데 많이 활용합니다.
(2) 노출 횟수(임프레션), 노출유저수
고객이 서비스에 접속하고 배너나 카테고리로 들어가 탐색하거나 직접 키워드를 검색해서 검색결과 리스트가 뜨면 고객에게 상품들이 노출됩니다. 이때 특정 상품이 노출된 횟수가 집계됩니다. 노출 횟수는 임프레션(impression)이라는 용어로 실무에서는 좀 더 자주 사용해요. "A라는 상품이 지난달에 1,000회 노출이 되었는데 이번 달에는 800회 노출로 전월 대비 임프레션이 감소하였다"와 같이 지표를 읽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수립한 기준으로 임프레션을 계산하게 되는데, 최소 노출시간을 두고 횟수를 카운트하기도 합니다. 스크롤 과정 중에 잠깐 스쳐 지나간 것은 고객에게 해당 상품 정보가 충분히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렵죠. 그렇기에 고객의 앱 화면에서 0.1초 이상 노출 시 1회로 카운트되는 방식으로 기준을 세우고 집계하기도 합니다.
노출을 횟수 절댓값이 아닌 특정 상품이 몇 명의 유저에게 노출되었는지를 보는 노출유저수를 검증 데이터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3) 클릭수, 클릭유저수
상품리스트에서 특정 상품이 고객에게 노출이 되고 고객이 이 상품에 흥미를 느끼면, 세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또는 바로 구매하기 위해 상품을 클릭하게 됩니다. 이때 고객이 상품을 클릭한 횟수가 집계됩니다.
마찬가지로 몇 명의 고객이 상품을 클릭했는지 유저 수를 기준으로 집계하기도 해요.
(4) 구매수, 구매유저수
상품의 구매 횟수, 상품을 구매한 유저 수 지표입니다.
(5) 전환율과 퍼널 분석
노출, 클릭, 구매 각각의 지표를 조합해서 더욱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고객구매여정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구매까지 이어지는 '흐름'이죠. 어디서 이 흐름이 끊기는지 즉, 어디서 고객의 이탈이 발생하는지 또는 이탈 없이 구매에 연결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구매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면, 매출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면 이 고객구매여정의 흐름이 어딘가에서 끊기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때 노출에서 클릭, 클릭에서 구매, 또는 노출에서 구매까지 흐름이 잘 이어지는지를 판단하는 지표가 "전환율"입니다. 전환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이전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흐름이 잘 이어진다는 뜻이고, 전환율이 0%에 가까울수록 이전 단계를 끝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전환율은 ([이전단계 횟수 또는 유저수]/[현재단계 횟수 또는 유저수)] X 100% 로 계산합니다. 반드시 횟수 또는 유저수 기준 중 분자와 분모 지표는 동일하게 일치시켜서 계산해야 하고, 단계별 전환율을 서로 비교할 때에도 정확한 판단을 위해 일관된 기준(횟수 또는 유저수)으로 계산된 지표를 비교해야 합니다.
노출-클릭, 클릭-구매 각각의 단계 전환율을 비교하여 어떤 단계에서 전환율이 더 낮은지, 고객들이 이탈을 더 많이 하는지를 확인하고 해당 흐름에서 고객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 봅니다. 또한 똑같은 노출-클릭 단계의 전환율을 이전 달과 이번 달, 전년과 금년을 서로 비교하면서 전환율이 개선되고 있는지 또는 악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원인을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고객구매여정 분석 과정에서 각 단계별 전환율을 분석하는 것을 고객 퍼널(funnel) 분석이라고도 하는데요. 퍼널은 깔때기를 뜻하는데, 아래 이미지처럼 노출-클릭-구매에 이르는 각 단계를 깔때기로 도식화한 기법입니다. 단계별로 깔때기가 작아지도록 표현하여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고객 수가 줄어감을 나타내죠. 표현 방식만 다를 뿐 분석 방법은 위에 설명한 것과 동일합니다.
고객구매여정 프로세스 상의 노출-클릭-구매 지표와 전환율을 분석함으로써 매출 변화의 진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고객구매여정 분석은 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따라다니면서' 고객이 어디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무엇이 구매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방법이에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고객에게 답이 있다"는, 오래되고 식상하지만 또 그것만큼 맞는 말이 없는, 이 문장을 떠올리며 고객구매여정을 자주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