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한때 내게 머물렀던 ‘행복’의 지금의 이름이다.
"너 아직도 그 애 그리워하냐?"
친구가 물었다.
"그럼 넌 그리운 사람 없어?"
난 진심으로 물었다.
"없어. 뭐가 있었어야 그리울 거라도 있지"
친구는 멋쩍은 듯 말했다.
"그래. 넌 앞으로 뭐가 있을 수도 있지. 난 끝이니까 지난 일이나 그리워하는 거야. “
시작하지 않은 사람은 그리워할 게 없다.
그리워할 게 없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다.
편안하고 좋을까?
아주 어릴 적으로 돌아가 내 모습을 살펴보아도 무엇이든 항상 난 그리워했었다.
한여름 부모님과 다녀온 바닷가라던지
친구와 스티커사진을 찍고 놀았던 한때라던지
도서관에서 열심히 시험공부를 한 뒤 친구와 나눠 마셨던 커피의 그 향이라던지
그 행복했던 찰나들을 언제나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만난 후 나에게 그리움이란 언제나 그 아이와의 추억을 뜻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그리움이란 단어는 그 아이와 뒤엉켜
말하기만 해도 자동으로 그 이름이 같이 떠오르게 되어버렸다.
나에게 그리움이란 과거의 행복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비록 끝났기에 그리워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지나가버린 것도 참 다행인 것 같다.
과거는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 과거의 행복은 떠올리기만 하면 그 순간만큼은 다시 현재의 행복이 되어준다.
그렇게 그 사람을 영원히 내 그리움이란 단어에 묶어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친구도 꼭 그리워할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친구도 그리움이라는 그 단어에 누군가를 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