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기억될 소중한 영화
“너의췌장을먹고싶어”

사쿠라 하루키, 누군가의 봄 누군가의 벚꽃

by 성운


생의 행복한 순간을 떠올렸다.

아마 몇몇의 순간들이 스치겠지만, 기억력이 안 좋은 나는 아마도 최근에 일들을 먼저 떠올릴 거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바로 온 기억..

아니면 음료수 자판기에 넣을 동전이 있다는 것.. 이런 소소한 것들이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작은 것에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이렇게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내게 행복한 순간이 무엇들이 있었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마 일본 특유의 영상미와 봄과 벚꽃과 풋풋한 첫사랑의 소재들로 생기는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작용은 내 기억이 왜곡되고 옅어져서 아름다운 영상과 동화되어 착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겐 굉장히 처절한 시간들로 찌질하고 못나서 많은 상처가 있었을 텐데 시간이 지나고 나선 그때는 그게 결국 성장통이었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애써 위로하며 살아왔던 게 더 맞는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아온 지금 내가 여기 있다.

모든 것의 순간순간의 선택들로 여기 있다. 오래된 기억일수록 의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져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겠지만, 선택의 후회를 줄이기 위한 나의 노력과 행복을 우선가치에 두고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갔던 내가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만나고 헤어짐에도 각자의 최선의 선택의 결과로 남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상처를 주었지만, 또 어떤 사람은 상처를 회복하는 힘을 주었다. 그렇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사람 간의 거리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겐 알 수 없는 중력으로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이건 운명이 아니었다.

순간의 선택과 선택, 그리고 타이밍이었다.

너와 나의 사이이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 모든 것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시에는 사람이 온다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사람이 만난다는 것을 몇십억 분의 일이라고도 했다. 책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서는 만남의 확률을 계산도 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한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단어를 말해야겠다.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때로는 받아야 들여야 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고, 똑같은 삶의 반복이 아니며 여전히 오늘을 모르고 내일을 모른다.

틈 사이, 그러니까 순간의 선택에 따라 수많은 변수들을 모르기 때문에 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소녀가 여기에 있었고, 우리는 그 소녀를 만났다.

그러니까 살아 있음의 가치를 주위 사람에게 온전하게 전하는 소녀가,

살아있음의 가치를 궁금하게 만드는 소녀가 여기에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하는 동안 우리는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된다.

이런 의미에서 생은 사와 같은 의미다.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지 무엇을 할지는 철저히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소녀는 하루를 충실히 살아간다. 생의 모든 것을 겪으며 보이는 나, 바라보는 나를 구분하며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녀가 생각하는 생의 가치가 궁금해진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를 알기 위해서 꽤 많은 시간과 진심이 필요하다. 거리와 벽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낮아지는 과정의 시간의 차이는 자라온 환경만큼 크다. 그런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마음을 닫지만 누군가는 마음을 열기 위해 한 발짝 더 들어간다.

무방비로 서 있는 내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껌을 씹겠냐며 건네는 사람이 올 때,

무슨 대답을 할지는 나에게 달려있고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아니면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현재의 감정에 충실해야겠다.


스릴러같은 제목으로 여겨졌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도 달라 보이는건

이만큼 감정에 충실한 표현도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언젠가 우린

누군가의 봄(하루)이었고,

봄을 기다린 벚꽃(사쿠라)였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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