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 꿈이 불가능하다고 보인다고 해도’
완독수가 쌓이면서 늘 생각하던 게 있었다.
‘이 책 진짜 짱이다. 왜 이걸 이제야 읽었지’
이 한 문장은 한동안 나를 신경 쓰게 만든다.
많은 책은 아니지만 꽤 유명한 책들을 읽었고, 남들이 읽었을만한 고전들은 빠짐없이 읽어왔다고 생각한다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처음 듣는 책 제목이 발견되고, 누군가는 자신 인생의 고전이라 하는 것들을 모르고 있다.
얼마나 많은 고전의 세계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 세계는 우주다.
우주에 발을 조금 넣었던 걸로 조금 자만한 나를 한 없이 겸손하게 만드는 것은 우주 속의 창백한 푸른 점을 발견한 과학자의 마음처럼 한 없이 작아진다.
오랜 시간 동안 새롭게 해석되며 발견된 이야기들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힘이 존재하는 이야기.
우리는 그것을 고전이라 부른다. 이 뿌리 같은 존재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몇백 년 전에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내 고민이 고전 속에 있다는 걸 알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민들은 변함이 없구나 라는 것을 잘 알게 해주는 기록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지혜로워질 수도 있고, 현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은 서투를지 몰라도, 타인에게 훈수는 기가 막히게 잘해주지 않던가.
정작 타인은 그 훈수를 그건 네 생각이고, 네가 뭘 알아 하면서 무시하겠지만.
앞선 고민을 잘 해결했거나, 또는 해결하지 못해서 점점 꼬이는 고전 안의 세상을 보면 저런 일이 펼쳐졌는데도 삶의 끈을 놓치지 않고 이상을 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기본적으로 고전은 재밌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막장이든, 비정상이든 특이한 캐릭터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사랑받았다. 돈키호테는 꿈, 이상, 광기, 신념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겼다. 그리고 진해져 갔다. 그 진해지는 것을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표현했다. 사람들은 그 표현을 본다. 원작과 비교하면 더 재밌다. 그렇게 해서 또 몇십 년, 몇 백 년간 돈키호테는 사람들의 마음에 더 선명하게 남겨질 것이다.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에서 돈키호테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동시에 살아 있다. 이 점은 현대에도 돈키호테 같은 늘 사람이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영화의 시점은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간다. 자연스럽게 예전의 기억이 현재로 이어지는 삶의 변화를 그린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를 존재하게 하는 이 구성은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구조다.
영화는 원작과는 다르게 세기를 넘나들며, 화려한 오늘의 자본과 과거 중세시대의 배경을 통해 토비의 과거와 현재를 비춘다.
과거 진짜 돈키호테가 로시난테를 타고 산초와 거닐던 옛 스페인의 모습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누군가는 이 과거의 경험이 영광의 시대이겠지만, 누군가에겐 똑같은 경험이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잘 나가는 광고 감독 토비 역시 과거에는 돈키호테를 사랑했던 한 사람이다.
그는 촬영감독이고, 돈키호테를 연기할 연기자가 필요했다. 우연히 들린 마을에는 자신이 찾고 있던 모습의 평범한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그는 하필이면 신념과 광기에 가득 찬 '라만차의 슬픈 얼굴의 기사 돈키호테'를 연기했다.
토비에게는 이 한 편의 돈키호테가 영광이 되었지만, 돈키호테를 연기했던 마을 사람들 모두는 대부분 처참히 부서졌다고 할 수 있다. 연기자들은 모두 꿈과 이상을 좇았기 때문이다. 이 것을 토비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싶다. 하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마을 사람들이 연기한 작품이 오래된 고전 돈키호테였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도 쉽게 수긍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시도, 그리고 변화된 관점이 주는 이 작품이 또 다른 새로운 돈키호테를 이 시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계속 앞으로만 향해 갈 것이다. 언젠가 먼 시간이 지나도 돈키호테라는 존재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면
풍차를 두고 괴물이라며 돌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풍차를 두고 괴물이라며 돌진하는 사람에게 미친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은 늘 존재하니까.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꿈을 좇는 사람은 늘 존재하니까.
‘그래 돈키호테를 닮으려 하면 누구라도 돈키호테처럼 미칠 거야’
돈키호테를 사랑하거나 닮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