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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Nov 18. 2024

고기뷔페와 무한리필 생맥주

사소한 것에서 행복 찾기

김장을 해야 하는데 배추값 앞에서 좌절했다. 배추가 금값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결국 저렴한 외국산 김치로 대체하기로 했다.


과거 IMF 시절 급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라는 이야기를 일상의 곳곳에서 체감하고 있다.


Image by cuilei2016 from Pixabay

 

지인 A는 올해 차린 가게의 매출이 좋지 않아 1년도 되지 않아 존폐 위기라며 울상이다. 지인 B는 남편 회사의 대대적인 구조 조정으로 속앓이 중이다. 남편의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나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경기가 안 좋아진 이유에는 쇠사슬처럼 이어지는 여러 것들이 있겠지만 원인 분석보다 상황 극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로 했다.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기!


운 좋게 12월 말까지 고정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아이들 케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간대인 데다 방학에 아이들 챙기는 것에도 차질이 없다. 방학에는 또 그에 맞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야겠지만. 몇 푼 되지는 않아도 조금이나마 수입을 늘릴 수 있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일을 하면서도 '허리띠 졸라맨다'를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는데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다.


하루하루가 그런 생각으로 고단했다. 아니지, 이건 현재진행형이지.


어느 주말 저녁 가까운 고기 뷔페에 갔다. 꽤 오랜만의 외식이었다. 돈을 아끼느라 가급적 외식보다 삼시세끼 집밥을 해온지 꽤 됐으니까.


거의 맥주 1병 가격에 생맥주까지 무한리필로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식당 측에서 제공하는 쿠폰을 이용하면 생맥주를 무료로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평소 맥주보단 소주파이지만 이날만큼은 맥주로 실력 발휘 좀 해보자 싶었다. 첫 잔을 가져와 한 입 마시자마자 신의 계시처럼 마음이 말랑해졌다.


아~. 가끔 이렇게 밖에 나와 고기에 술 한 잔 마실 수 있으면 된 거지. 그거면 행복한 삶인 거다. 나 지금 행복하네~?!


행복이라는 건 어찌나 얄궂은지 위기의 순간에서야 정체를 드러낸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불안하던 20대와는 차원이 다른 불안과 걱정 속에 갇혀있다. 그땐 내 한 몸 먹고 살 수 있으면 됐다 싶었는데 이젠 책임질 것들이 많아진 탓이다. 여전히 출구는 보이지 않고 경기 상황을 내 뜻대로 바꿀 수도 없다. 대신 출구로 가는 힘과 속도는 나에게 달려 있다.


넓이뛰기로 넘을 수 없다면 마라톤 하듯 쉬지 않고 한 발 한 발 힘 있게 나아가면 된다. 더디더라도 결승점에는 도달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위기를 맞닥뜨리게 될지 알 수 없다. 물론 위기가 없다면 좋겠지만 어떤 상황일지라도 무너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


특별할 것 없는 고기 한 점과 술 한 잔에 마음만은 부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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