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해야 하는데 배추값 앞에서 좌절했다. 배추가 금값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결국 저렴한 외국산 김치로 대체하기로 했다.
과거 IMF 시절 급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라는 이야기를 일상의 곳곳에서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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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A는 올해 차린 가게의 매출이 좋지 않아 1년도 되지 않아 존폐 위기라며 울상이다. 지인 B는 남편 회사의 대대적인 구조 조정으로 속앓이 중이다. 남편의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나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경기가 안 좋아진 이유에는 쇠사슬처럼 이어지는 여러 것들이 있겠지만 원인 분석보다 상황 극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로 했다.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기!
운 좋게 12월 말까지 고정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아이들 케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간대인 데다 방학에 아이들 챙기는 것에도 차질이 없다. 방학에는 또 그에 맞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야겠지만. 몇 푼 되지는 않아도 조금이나마 수입을 늘릴 수 있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일을 하면서도 '허리띠 졸라맨다'를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는데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다.
하루하루가 그런 생각으로 고단했다. 아니지, 이건 현재진행형이지.
어느 주말 저녁 가까운 고기 뷔페에 갔다. 꽤 오랜만의 외식이었다. 돈을 아끼느라 가급적 외식보다 삼시세끼 집밥을 해온지 꽤 됐으니까.
거의 맥주 1병 가격에 생맥주까지 무한리필로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식당 측에서 제공하는 쿠폰을 이용하면 생맥주를 무료로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평소 맥주보단 소주파이지만 이날만큼은 맥주로 실력 발휘 좀 해보자 싶었다. 첫 잔을 가져와 한 입 마시자마자 신의 계시처럼 마음이 말랑해졌다.
아~. 가끔 이렇게 밖에 나와 고기에 술 한 잔 마실 수 있으면 된 거지. 그거면 행복한 삶인 거다. 나 지금 행복하네~?!
행복이라는 건 어찌나 얄궂은지 위기의 순간에서야 정체를 드러낸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불안하던 20대와는 차원이 다른 불안과 걱정 속에 갇혀있다. 그땐 내 한 몸 먹고 살 수 있으면 됐다 싶었는데 이젠 책임질 것들이 많아진 탓이다. 여전히 출구는 보이지 않고 경기 상황을 내 뜻대로 바꿀 수도 없다. 대신 출구로 가는 힘과 속도는 나에게 달려 있다.
넓이뛰기로 넘을 수 없다면 마라톤 하듯 쉬지 않고 한 발 한 발 힘 있게 나아가면 된다. 더디더라도 결승점에는 도달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위기를 맞닥뜨리게 될지 알 수 없다. 물론 위기가 없다면 좋겠지만 어떤 상황일지라도 무너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